▲ 박성환 밥소믈리에

[칼럼니스트 박성환] 집밥과 쿡방의 열기가 조금 식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쉐프테이너들의 전성시대다. 케이블TV에서 어느 쉐프의 밥 짓는 영상을 보고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물량도 틀리고 계량하는 기본적인 방법조차 엉망인데 버젓이 방송에 내보내고 있었다.

밥 지을 때 물량은 조리도구, 품종, 계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래도 밥 짓는 법에 대한 방송이면 가장 기본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밥 짓기란 쌀에 물을 넣고 가열하여 쌀 전분을 익히는 것으로, 우리의 밥 짓기는 넣은 물이 전부 쌀에 흡수되도록 하기에 물과 불의 미묘한 조절이 중요하다.

더욱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밥 짓기를 숫자로 표현해 보았다.

밥 짓기란?

1) 수분 15% 전 후의 쌀에 물을 넣고 가열하여, 수분 63~65%의 밥을 만드는 것
2) 물량(가수량)은 쌀 중량의 1.3~1.5배 (저아밀로스 품종의 쌀은 1.1~1.3배)
3) 가열 중 증발량 : 10~15%
4) 밥 짓기 후 최종 중량 : 투입 쌀 중량의 2.3배
5) 물에 담근 쌀의 최종 중량 : 쌀 중량의 25~30% 증가

점점 홈베이킹이 느는 추세다. 아무리 빵을 잘 만드는 사람도 저울에 밀가루, 설탕, 버터 등 하나하나 계량을 하면서 빵을 만든다.

하지만 밥은 어떤가, 아마 대부분 감으로 밥을 할 것이다. 2007년 농촌진흥청 통계자료에 의하면 국민의 77%가 밥물은 손등으로 조절한다고 했다. 그리고 쌀 역시 밥솥 구매 시 포함된 계량컵을 이용하기보다는 눈대중으로 한다는 대답이 52%였다.

쌀량도 물량도 제대로 맞추지 않는데 어떻게 밥맛을 논할 수가 있는가?

종목과 관계없이 운동을 배운 사람이면 기본자세의 중요성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면 다시 자세를 교정하기 위해 클리닉 강좌를 듣는다.

하지만 밥 짓기는 기본조차 배운 적이 없다.

밥 짓기 과정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1) 쌀은 도정 일로부터 14일 이내 다 먹는 것이 좋다.
2) 쌀의 보관온도는 10~15℃, 습도 70%
3) 쌀을 씻고 난 후 최소 30분 이상 물에 담그기
4) 뜸 들이기는 10~15분간
5) 지어진 밥은 바로 뒤섞어 주기
6) 밥의 온장 보관은 2시간 이내

물량은 품종, 조리도구,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개인 기호성도 있다. 하지만 1.3배를 기준으로 물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같은 전기밥솥이라고 해도 일반밥솥인지 압력밥솥인지에 따라 물량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추정의 경우 일반밥솥에서는 쌀 중량 대비 1.46배의 물이 필요하지만, 압력밥솥의 경우 1.2배면 된다.

밥솥 종류별로 가수량을 비교해 보면 가스압력솥, 돌솥, 무쇠솥 순으로 가수량을 더 늘려야 한다.

일반 쌀에 비해 씻어나온 쌀은 10% 정도 가수량을 늘려야 하고, 저아밀로스 쌀일 경우 10% 정도 줄여야 한다.
 

▲ 라이스타 곡물 수분 측정기 <사진= kett.co.jp>와 일본 계량컵 (일반 쌀인지 씻어나온 쌀인지에 따라 물량이 다르게 표기)<사진=박성환>

그리고, 밥을 지을 때는 밥솥 용량의 50% 이하로 밥을 짓는 것이 좋다.

유명 스시 전문점 중에는 밥 물량을 오전과 오후 다르게 조절하는 곳도 있다.

나 역시 일본에서 밥을 지을 때는 매번 수분 측정기를 이용해 쌀의 수분을 측정한 후 수분량에 맞춰 가수량을 조절하면서 밥을 지었다.

오늘은 손등이 아닌 계량컵이나 저울을 이용해 밥을 지어보면 어떨까?

소믈리에타임즈 칼럼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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