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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하의 와인스케치북] 와인이 사람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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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2020.06.03  13: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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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맛을 결정하는 3대 요소로 <포도 품종>과 <생산지> 그리고 <제조방법>을 대표적인 예로 든다. 이 요소들을 우리 인간 생활에 빗대어 본다면 포도 품종은 <사람>, 생산지는 자라온 <환경>, 그리고 제조방법은 우리가 받아온 <교육>쯤 되지 않을까?

어느 나라에서 어느 부모님을 만나 어떤 교육을 받았느냐는 개인의 자질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불변하는, 남들과 다른 각자의 고유한 성격과 개성이 있게 마련이다.

포도 품종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토양과 환경에서 생산자만의 기술과 나름의 철학에 따라 와인의 스타일이 달라지지만 와인의 향과 색의 농도를 결정하여 맛의 핵심을 이루고 와인에 개성을 부여하는 각각의 품종이야말로 와인의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각 포도 품종을 사람에 비유해 보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재미로 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누구나 한 번쯤 봤을 법한 유명인을 예로 들었다. 내 주관적인 의견일 뿐임을 말씀드린다.

▲ 다양한 인물 속에서 와인을 떠올리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그림=송정하>

카베르네 소비뇽 : 비토 코를레오네(Vito Corleone)

그렇다. 영화 대부의 말론 브랜도가 연기한 그 돈 코를레오네(Don Corleone)다.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라는 대사 속에는 거침없는 냉정함을, ‘’친구는 가까이, 하지만 적은 더 가까이 둬라.’’라는 유명한 말속에서는 그의 현명한 판단과 카리스마를 볼 수 있다.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마피아를 미화했다는 비판이 있지만 좌중을 휘어잡는 이상적인 보스의 모습은, 단단함과 무게감을 가지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와인을 생산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닮았다.

젊을 적 타닌 때문에 다소 투박하고 거친 와인이 되기 쉽지만 오래 숙성할수록 부드러워지며 특유의 풍부한 과일 향이 흔히 숙성에 함께 하는 오크향과 잘 조화되는 면도, 영화 속 자상함이 가득한, 그래서 말년엔 손자와 천진하게 놀아주는 비토 코를레오네의 모습과 겹친다.

메를로 :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메를로는 과일 맛이 풍부하고 다소 추운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한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카베르네 소비뇽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래서 역시 리더의 기질이 보인다. 하지만 꽤 사교적이고 남에게 관용을 베풀어 자상함을 겸비한 부드러운 리더다. 떫은 맛이 부드러워 다가가기 쉽기 때문이다.

메릴 스트립은 어떤 역할을 맡든 그 안에는 늘 내면의 강인함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부드러움과 포용력을 지니고 있는 점이 다른 배우들과 다른 점인 것 같다. 영화 맘마미아 속 다른 남자캐릭터들 사이에서 딸을 안고 한없이 다정한 모습으로 노래하는 모습은 씁쓸하고 단단한 느낌의 카베르네 소비뇽에 부드러움을 주는 메를로를 연상시킨다.

피노 누아 : 가스파르 울리엘(Gaspard Ulliel) (a.k.a 그냥 프랑스 남자)

디자이너 입생로랑(Yve Saint Laurent)을 연기하고, 샤넬의 향수 광고를 찍은 프랑스 배우 가스파르 울리엘이라는 남자가 있다. 사실 그게 누구든 내가 생각하는 피노 누아는 그냥 프랑스 남자다.

피노 누아는 재배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포도알은 일찍 여물고 껍질이 얇아 각종 포도나무 병에 시달린다. 일기, 토양으로 대표되는 자연환경과 제조방법의 변화에도 대단히 민감하다. 자연히 생산량은 적고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연하고 투명한 루비색의 이 와인은 까다로운 과정을 거친 만큼 섬세한 매력을 드러낸다.

내가 알기로 프랑스 남자는 조용하고 섬세하며 새침하고 까칠하다. 그래서 처음에 다가가기 힘들지만 한번 매력에 빠지면 헤어나올 수가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 나에게 프랑스 남자는 맛의 여운이 긴 피노 누아다.

시라/시라즈 : 브래드 피트(Brad Pitt)

정확히 말하면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말을 타고 달리는 <가을의 전설> 속 혹은 거친 상남자의 매력을 보여주는 <파이트클럽> 속 브래드 피트다.

짙은 보랏빛의 검붉은 시라는 색상만큼이나 강한 힘과 골격을 보여주는 와인이다. 대부분의 환경에서 잘 자라는 강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풍부한 타닌과 검은 후추와 비슷한 스파이시한 향이 농후한 맛을 선사한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커피와 젖은 가죽 같은 스모키한 향은 영화 속의 거친 듯 부드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브래드 피트를 생각나게 한다.

산지오베제 : 윌 스미스(Will Smith)

이를 훤히 드러내고 시원하게 웃는 모습이 매력적인 윌 스미스는 산지오베제를 연상시킨다. 산지오베제는 여느 이탈리아 포도 품종답게 산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높은 산도는 그다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적당한 질감과 결합하여 대부분의 음식과 잘 어울리게 하는 역할을 한다. 역시 다양한 요리가 풍부한 이탈리아의 품종답다.

이렇듯 균형 잡히고 활력이 넘치는 산지오베제는 어느 자리에서나 활달하게 자신을 드러내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왠지 그럴 것 같은) 윌 스미스와 꼭 닮았다.

소비뇽 블랑 : 세상의 모든 10대들

여름날 가볍게 걸치고 해변을 뛰노는 10대들을 보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들뜨고 생기가 돋는다. 초록빛 레몬 옐로의 소비뇽 블랑은 높은 산도와 상큼한 레몬 향이 그야말로 더운 여름날 신선한 에너지를 준다.

때로는 잘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풀 향에서도 젊고 어린 10대들의 정제되지 않은, 푸릇푸릇하고 싱싱한 기운이 느껴진다.

샤르도네 : 전도연

샤르도네는 환경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샤블리와 같은 서늘한 토지에서는 미네랄 향과 함께 신 맛의 과일 향이 가득한 라이트 바디의 샤르도네가 생산되는 반면 비교적 온난한 토지에서는 열대과일 향의 제법 볼륨감 있는 샤르도네를 맛볼 수 있다.

또한 개성이 강하지 않기 때문에 오크통 숙성, 젖산 발효 여부에 따라 다양한 맛의 차이를 보여주는 샤르도네에서, 우리나라의 대표 배우 전도연의 얼굴이 보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눈에 띄는 외모는 아니지만 어느 감독과 일하고 어느 역할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며 자신의 영역을 계속 확장하기 때문이다.

리슬링 :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

창백하고 투명한 피부를 가졌으며 길고도 슬림한 몸에 어울리는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배우 케이트 블란쳇을 보면 언제나 리슬링이 떠오른다. 

리슬링은 소비뇽 블랑처럼 산도가 높아 신선하고 샤프한 풍미를 지녔지만, 거기에 더해 감미로운 꽃향기와 숙성이 진행되면서 나는 특유의 석유 같은 화학 물질 냄새가 리슬링만의 독특한 매력을 말해준다. 드라이한 와인부터 산도와 당도가 완벽하게 균형을 이루는 스위트 와인까지, 리슬링은 말 그대로 ‘’차가운 아름다움’’이다.

세미용 : 안성기

세미용은 사실 숙성 초기에는 이렇다 할 뚜렷한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숙성이 진행되면서 벌꿀 같은 단 향이 풍부해지며, 세미용 특유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재배되는 품종은 아니지만 자신만의 높은 가치를 드러낼 때가 있는데, 소테른 지방에서 생산되는 세계 최고의 스위트 와인 제조에 필수적인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명품 와인을 만들어 내며 산뜻한 소비뇽 블랑과의 블렌딩에서도 골격의 단단함을 주는 세미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중후한 매력을 발산하는 배우 안성기와 닮았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다.

그렇다면 당신에게 카베르네 소비뇽은? 소비뇽 블랑은?

▲ 송 정 하

법대를 나왔지만 와인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좋아 프랑스 보르도로 떠났다. 보르도 CAFA에서 CES(Conseiller en sommellerie:소믈리에컨설턴트 국가공인자격증), 파리 Le COAM에서 WSET Level 3를 취득했다. 사람이 주인공인 따뜻한 와인이야기를 쓰고 싶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송정하 noellesong0520@gmail.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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