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르도 와인병과 부르고뉴 와인병의 차이

19세기에는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유리생산이 활발해졌다. 대형 유리공장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주형을 만들어 유리 용기를 만드는 방법도 생겼다. 충분한 양을 생산할 만큼 유리공업이 빠르게 발전하였다. 현대의 주형 기술은 병의 모양과 색깔도 다양하게 만들었다. 이때부터 와인생산 지역에 따라 어깨 쪽이 미끈한 부르고뉴 와인 병, 목이 긴 독일 와인 병, 어깨가 높은 보르도 와인 병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보르도 와인은 침전물이 잘 가라앉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기 쉽게 각지게 만들고, 부르고뉴 와인은 침전물이 없어서 어깨를 미끈하게 만들었다는 설이 있지만, 과학적이나 역사적인 근거는 없고, 호기심을 유발하는 그럴싸한 이야기로 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닌이 많은 론 지방의 시라는 보르도 스타일의 병을 사용해야 하고, 보르도의 화이트와인은 부르고뉴 병을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침전물을 세심하게 제거하려면 턱이 있는 병보다는 미끈한 병이 더 낫다. 침전물이 딸려 오다가 벽을 만나면 와류를 일으켜 침전물이 위로 뜨기 때문이다.

와인을 병에 담기 시작한 것은 1700년대부터지만, 본격적으로 소매점에서 와인을 병으로 팔기 시작한 것은 20세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자동으로 주입하고 밀봉시킬 수 있는 장치가 나온 다음부터 보편적으로 와인이 병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주로 오크통 단위로 판매하고 병은 주전자 역할을 할 정도였다. 그리고 부르고뉴나 보르도에서 본격적으로 와인을 병에 넣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로 부르고뉴가 보르도보다 먼저 시작했다. 특별히 와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병 모양을 디자인 한 것은 아니고, 불어서 만들기 쉬운 형태로 정착이 된 것이다. 지방별로 교류가 잦지 않았던 시절에 각 지방별로 독특한 형태가 자리를 잡은 것이다.

와인 병은 완벽하게 공기를 차단시켜야 하고, 운송이나 취급 시 깨지지 않을 정도의 강도를 유지해야 하며, 또 와인과 화학적인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재질이라야 한다. 왜 병 모양이 지방별로 다른지는 아무도 모른다.

와인을 병에 넣는 작업을 ‘병입’보다는 ‘입병’ 혹은 ‘주병’이라고 해야 옳다. ‘병입(甁入)’이라고 하면 병이 들어가는 꼴이 된다. 한자어는 행위가 먼저 나온다. 즉 학교에 들어가는 것을 ‘입학’이라고 하지, ‘학입’이라고 하지 않는다. ‘입원’. ‘입사’, ‘입주’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 김준철 원장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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