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첫 코로나 확진환자가 나온 후, 3월 12일 WHO는 ‘코로나19 팬데믹’ 선언을 하였다. 정부와 의료인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두기’ 동참에 점차 안정세 회복해 최근에는 발병환자 수가 한자리 숫자로 줄어들었다.

이번 코로나로 인해 사회의 모든 시스템이 바뀔 것으로 많은 경제연구가가 예측하고 있다. 이에 많은 기업에서도 발 빠르게 코로나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근무 형태와 소비문화 패턴, 교육 등 모든 일상생활에서 큰 변화가 빠르게 다가올 것이다. 단순히 우리의 식문화만 보아도 이제 외식을 하지 않고 집에서 직접 요리하는 홈 다이닝이 자릴 잡다 보니 대형마트에서 HMR 및 가공식품의 판매량이 대폭 증가했다. 그와 함께 가정용 쌀 판매량이 전년 대비 20~60%나 증가했다고 한다.

그동안 밥 대신 다른 먹거리가 많다 보니 쌀의 소비가 줄었다고는 하지만, 역시 한국 사람은 밥심으로 살아간다. 밥을 안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게 증명되었다. 그동안은 쌀의 주요 소비처가 가정이 아닌 식당이었다.

얼핏 뉴스만 보면 이 어려운 시국에도 쌀 판매량은 늘어나니 농가에서는 힘낼 수 있겠다고 착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더 많은 쌀을 소비하는 외식업체와 급식업체에서 쌀을 소비하지 못하니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그 증거로 KREI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 4월 자료를 보면 2019년 쌀 생산량이 전년 대비 3.2%나 감소했고, 20년 3월 농가 쌀 재고량도 전년 대비 4.4%나 감소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외식 및 식자재 업체의 쌀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가격 약세가 지속되어 수확기 이후 쌀 가격은 약보합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 쌀 가격하락(농업관측 4월호)

코로나19 발병 초기만 해도 과거 메르스 사태 정도의 경제적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지금은 훨씬 더 오랜 기간 손실이 있을 것으로 전문가는 예측하고 있다.

쌀 관련 산업 관계자도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지 않으면 쌀 산업의 미래는 더욱 힘들어질 수도, 아니면 새로운 반전을 기대할 수도 있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때문에 난리다. 하지만 쌀 산업 쪽에서는 아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으니 우리 쌀 산업은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크게 두 가지 키워드만 가지고 살펴보고자 한다.

1) 언택트

코로나로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키워드가 언택트, 즉 비대면 사회다.

이 비대면 사회로 인해 앞으로의 우리의 삶의 모든 패턴이 달라지게 된다.

재택근무, 온라인 (소비, 개학, 결혼) 세계 경제위기, 홈엔터테인먼트 등의 키워드가 떠오르고, 특히 식문화와 관련해서는 배달식, 포장식, 가정간편식, Meal Kit, 홈 다이닝 등의 단어들이 따라오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식당을 운영하는 외식업은 매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와 반면 배달음식, O2O 서비스, 가정간편식, 밀키트, 건강기능 식품은 너무나 호황이다.

집에서 할 게 없다 보니 가정용 게임기는 다 품절이고, 별의별 놀이 문화가 생겨났다. 마지막으로 집에서만 지내니 직접 요리하고 밥을 해 먹는 홈 다이닝이 유행하게 되었다.

이 시대 우리 쌀 산업 관계자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이 중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곳은 ‘햇반’뿐일 것이다.

물론 대형 마트나 슈퍼에서는 햇반뿐만 아니라 쌀도 엄청나게 팔려나간다. 이번 기회에 많이 팔려는 모양들인지 20kg 쌀 포대가 가득 쌓여있다. 물건은 많은데, 새로운 상품이 안 보인다. 고객들이 잘 구매하니, 그냥 막 쌓아놓고 팔아야 할까?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연말까지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예약으로 손님들이 넘쳐난다. 그렇다 보니 가격도 올리고, 서비스나 맛이 나빠지는 곳이 상당수 생긴다. 손님들이 흘러넘치니 고객의 소중함을 모르고 음식도 서비스도 소홀해지는 거다. 직원들은 너무 바쁘고 힘드니 대충대충 한다. 그런 곳에서 실망한 고객은 다시는 그 식당을 찾지 않게 된다.

지금 쌀도 이렇게 될까 걱정이 든다.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안겨 코로나 이후, 집에서 밥을 먹는 즐거움을 만들어 내야 하는 것이다.

맨날 똑같은 종류가 아닌 조금 더 다채로운 쌀 상품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손쉽게 체험해 볼 수 있는 소용량 포장의 상품이 말이다. 늘 먹던 거 외 다른 다양한 쌀들로 밥을 지어 먹어 본다면 밥맛의 다채로움을 소비자들은 공감하게 될 것이다.

판매업자는 이번 기회에 쌀 한 가마니씩 팔 생각을 하지 말고, 보다 더 다양한 쌀의 세상을 알 수 있게 알려야 한다.

소비자도 역시 경기도 이천 쌀 만 찾지 말고, 삼광, 오대, 영호진미, 맛드림, 참드림, 백진주, 골든퀸, 진상, 신동진 등 다양한 쌀로 밥을 해 드셔보길 바란다.

2) 건강하고 안전한 음식과 식품

건강기능식품이 면역력 증대와 단백질 강화라는 키워드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원산지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점점 수입산보다는 국내산 식자재가 주목을 받게 되고, 환경 보전과 더불어 식물성 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대체육 ’미트 프리’ 시장이 더욱더 성장할 것이다.

홍삼만 먹는다고 건강해지지 않는다. 현미도 발아를 시키면 가바(GABA)1)라는 면역력에 도움을 주는 건강한 물질이 자연스럽게 생겨난다. 고가의 홍삼도 좋겠지만, 손쉽게 발아시켜 먹을 수 있는 발아미, 그 자체로 매우 훌륭한 건강기능 식품이 된다.

요즘 가정의 전기 압력 밥솥에 발아 기능이 있으니 남는 시간에 한 번쯤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정에서 식물 재배가 유행이라는데 쌀로 발아시켜 먹어보는 것도 아이에게 좋은 교육이 된다.

▲ 발아미 <사진=Kawashimaya)

다음은 외식업이다. 고객이 많이 오는 대규모 레스토랑 즉 다시 말해 뷔페, 급식, 대형 프렌차이즈 레스토랑을 점점 선호하지 않게 되고, 다른 고객과 최대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룸 위주의 프라이빗 레스토랑이 점점 인기를 얻게 될 것이다. 

밥맛이 제일 없는 곳이 뷔페며 급식, 프랜차이즈 레스토랑이었다. 뷔페 밥은 정말 너무 형편없었다. 이제는 정말 제대로 지은 밥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식물성 기반의 다양한 음식들이 더욱 각광을 받게 될 것이다. 대체육의 주요 원료는 콩의 대두단백질이지만, 쌀에도 양질의 단백질이 있으며, 알레르기, GMO 이슈로 쌀 베이커리 시장이 더욱 커질 것이다.

코로나 이후 변화하는 식문화에 우리 쌀 및 밥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을 HMR, 더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 그리고 더욱 맛있는 쌀, 더욱 맛있는 밥을 제공한다면 우리의 식탁 위에서의 쌀의 장래는 밝아질 것이다.

1) 가바 (감마-아미노낙산의 줄임말/GABA : γ-aminobutyric acid) – 포유류의 뇌와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심리적 스트레스 감소, 수면장애 개선, 면역 활성 및 항염증 감소 효과가 있어 그야말로 GABA는 현대인에게 필요한 면역력을 개선하는 자연 건강 식품이라 할 수 있다. WHO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6mg으로, 발아미로 지은 밥 한 공기만 먹어도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 외국에는 가바를 이용한 식물성우유, 초콜릿 등 다양한 식품이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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