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마른 토양에 큰 선인장이 자라고 있는 샤푸티에 에르미타주 포도밭

샤푸티에 Chapoutier는 1994년 에르미타주 (Sizeranne Hermitage) 와인 라벨에 맹인용 점자를 처음 넣었고, 1996년부터 샤푸티에의 모든 와인에 점자를 새겨 넣었다. 지금의 사주 미셸 샤푸티에가 우연히 TV를 보다가 맹인 가수 질베르 몽따녜 (Gilbert Montagné)가 TV 프로그램에 나와, 와인을 살 때 라벨을 읽지 못해 너무 힘들다라는 말을 듣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라벨에 점자를 넣게 되었다.  

라벨에는 점자로 생산자, 빈티지, 재배지역과 와인 색상이 새겨져 있다. 라벨의 제한된 공간에 점자를 넣기란 쉽지 않은데,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정성을 다한 것이다.   

▲ 점자가 선명한 샤푸티에 씨즈란 에르미타주, 1994년 세계 최초로 라벨에 점자를 새겼던 와인이다.

샤푸티에(Chapoutier)는 론 계곡에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1808년 칼베 Calvet 가문에 의해 설립되었으나, 1855년 샤푸티에 패밀리가 사업을 인수하게 된다. 칼베 가문은 보르도에서의 내고시앙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샤푸티에에게 지분을 팔았고, 폴리도어 샤푸티에 Polydore Chapoutier 에 의해 와인사업이 시작되었다. 그의 아들 마리우스 Marius 샤푸티에 부터 아들, 딸의 이름이 모두 ‘M’ 으로 시작하는 전통이 시작되었다.    

▲ 땡 에르미타주에 있는 샤푸티에의 와인샵 겸 Tasting Room

오늘날 샤푸티에는 론 벨리에서 가장 규모있는 네고시앙이자 와이너리로, 땡 Tain 에르미타주 마을에 주요 거점을 두고 있다. 샤푸티에가 생산한 최고의 와인은 에르미타주에서 생산하는 싱글 빈야드 와인이다.  

▲ 탱 에르미타주에 있는 샤푸티에의 양조장

모든 싱글 빈야드 에르미타주 와인은 콘크리트 발효조에서 4-6주 침용과정을 거치며, 양조시 오픈 탑 발효조를 이용한다. 와인은 40~50%의 프랜치 뉴 오크통에서 숙성되며 청징이나 여과를 생략한다. 와인에 최대의 농축미를 주기 위해 단위 면적당 수확을 의도적으로 극소화한 결과 일부 와인은 헥타르당 15헥토리터까지 소출을 줄이며, 모든 포도밭은 비오디나미 농법이 적용된다.   

▲ 론강이 내려다 보이는 샤푸티에 포도밭, 그의 모든 포도밭은 비오디나미 농법을 적용한다

미셸 샤푸티에와 그의 형 마크(Marc)는 1980년대 말부터 부친으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았는데, 당시 연평균 55만 병 생산 규모는 2012년에 이르러 무려 7백 만 병에 이를 정도로 사업을 키웠는데, 주변 포도밭을 많이 사들인 덕분이다. 

오늘날 샤푸티에는 에르미따주 Appellation의 25% 가까운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 Michel 이 양조를 맡기 전 Domaine Chapoutier는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을 생산했으나, 양조 스타일이 완전히 바꾼 것이다. 샤푸티에 성공의 주요 요인은 미셸의 과감한 결정 덕분인데, 그는 에르미타주에서도 특정 포도밭에서 난 포도를 골라서 양조하는데 집중했고, 그 덕분에 떼루아의 독특함을 드러내는 강하고 농축미있는 와인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 샤푸티에 포도밭 경계 표식 팻말  

미셸은 단위 면적당 수확량을 낮추고, 일부는 100% 뉴 프랜치 오크통에서 숙성시켰으며, 포도가 완벽하게 익을 때까지 기다려 수확했다.

지금은 프랑스 내에서도 비오디나미 농법을 흔히 볼 수 있지만, 89년 당시 론 지방에서 비오디나미란 매우 드문 농법이었고, 95년부터 샤푸티에가 보유한 남부와 북부 론의 모든 포도밭에 100% 비오디나미를 적용했다.   

▲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샤푸티에 포도밭

에르미타주 AOC에서 샤푸티에는 가장 뛰어난 테루아를 지닌 26헥타르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인근 재배농가들로부터 5.5헥타르의 새로운 포도밭을 구입했는데, 최고수준의 에르마따주 와인은 Le Pavillon, Le Meal, L’Ermite and most recently, 그리고 2001년에 첫 출시된 Les Greffieux 이 있다. 

▲ 땡 에르미타주의 기차역, 마치 시골의 기차역 처럼 소박하다.

샤푸티에 Le Pavillon은 1989년 처음 출시되었는데, 이전의 와인은 더 어린 나무에서 수확되고 여러 군데의 포도밭에서 블랜딩된 와인이었으나, 89년부터는 100년 수령의 오래된 나무에서 난 포도로 만들었다. 르 파비용은 레베사르(Les Bessards)의 가파른 산허리에 놓인 화강암 토양의 테루아에서 생산된다. 연간 약 7,000병 가까이 생산되어 샤푸티에가 생산하는 싱글빈야드 에르미타주 와인으로서는 양이 가장 많은 편이다. 샤푸티에는 에르미타주에서 6 종류의 레드 와인과 3종류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고 있다.

▲ 꼭대기에 라 샤펠 교회당이 보이는 샤푸티에의 포도밭 언덕

1996년 첫 생산된 샤푸티에 르 메알 Le Meal은 1940년대에 식재된 오래된 Syrah 포도나무에서 만들어진다. 이중 가장 오래된 나무는 수령이 90년에 이른다. 르 메알은 에르미타주 AOC에서 가장 따뜻한 테루아로, 이는 와인의 특성과 성숙도에 중요한 영향요소가 된다.  서쪽으로는 바위, 돌, 화강암, 점토, 석회암 토양을 지니며, 포도밭의 동쪽으로는 석회암, 작은 자갈, 진흙이 섞인 화강암으로 구성된다. 연간 평균 5,000병 가까이 생산된다.

▲ 샤푸티에의 에르미타주 르 메알 2012 빈티지

샤푸티에  L’Ermite 는 1996년 처음 나왔는데,  이 와인 또한 100년 이상 오래된 포도나무에서 나온다.  L’Ermite 와인은 에르미타주를 통틀어 가장 좋은 밭에서 생산되는데, 가파른 언덕과 화강암 토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포도밭은 Chapel 옆 유명한 에르미따주 언덕에 위치해 있으며, 연간 평균 5,000병 정도 생산된다.

▲ 샤푸티에에서의 주요 시음 와인들

레 그레피유 (Les Greffieux) 와인은 샤푸티에가 생산하는 와인 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싱글 빈야드 와인이다.  2001년에 첫 빈티지가 나왔고, 대부분의 포도나무들은 2차 세계대전 즈음에 식재되었고, 연간 3,000병에 정도 나온다. 

샤푸티에 에르미타주 최고의 빈티지는 2019년, 2018년, 2017년, 2016년, 2015년, 2012년, 2010년, 2009년, 2007년, 2005년, 2003년, 2001년, 1991년, 1998년, 1995년, 1990년, 1989년산으로, 더 오래된 와인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 샤푸티에에서의 주요 시음 와인

샤푸티에의 열정과 품질에 대한 무조건적인 헌신은 엄청난 성공을 가져왔다. 와인 앤 스피릿, 등으로부터 100점 만점을 13번 받았고, 지난 3년간 로버트 파커로부터 100점 만점을 5번 받았다.  2019년에 샤푸티에는 Worlds Most Admired Wine Brands 세계 5위에 선정되었고, 프랑스 최고 브랜드 1위에 오른 바 있다.

샤푸티에 싱글 빈야드 에르미타주 와인은 Young 할 때 마시기 어렵다. 놀라울 만큼 타닌이 강하고 농축되있기 때문이다. 만약 숙성이 12년 미만인 와인이라면 4~ 6시간 동안 정도 디켄팅 해야 한다. 싱글 빈야드 와인이 아닌 경우라면 열리는데 적어도 2시간 정도 필요하다.

▲ 10녕 이상된 에르미타주 와인 색상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20~25년 정도 숙성 된 것이라면 개봉 후 침전물을 제거한 후 2~3시간 정도 디켄팅이 필요하다. 샤푸티에 싱글 빈야드 와인은 20~30년 정도 숙성되면 마실만하고, 25~60년 되었을 때 최고의 상태를 보인다. 그 외에도 엔트리 급 와인인 베카세 Becasses와 중급의 라 모르도레 La Mordoree를 포함, 기본급 와인으로 생산하는 꼬뜨 뒤 론 와인은 가성비가 좋아 인기가 높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