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원래 계획을 변경하고 지난 주에 와인 업계에 있는 사람이라면 반색하며 본 ‘스마트 오더'라는 이름으로 모바일 앱에서 주류 주문이 가능한 내용에 대해서 IT 관점에서 몇 가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바일에서 주문하는 ‘스마트 오더'

▲ 이마트 스마트오더 화면. 앱에서 결제하고 매장에서 픽업이라는 문구로 바뀔 예정. 누구보다 많은 매장을 가지고 있는 신세계가 이번 고시 개정에 가장 큰 수혜자일지도 모르겠다.

모바일에서 주문하는 것을 뜻하는 ‘스마트 오더'는 업계에서 일상화된 표현 중의 하나로 이마트 앱에서 와인을 주문하는 메뉴 역시 ‘스마트 오더'입니다. 

현재 해당 앱의 서비스에서 ‘앱으로 예약하고, 매장에서 픽업/결제'라는 캐치프레이즈도 눈에 띕니다. 이번 고시 개정으로 아마도 이마트 ‘스마트 오더'는 ‘앱으로 결제하고, 매장에서 픽업'으로 캐치프레이즈가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스마트 오더 뿐만이 아니라 신세계L&B의 ‘와인앤모어'에서는 타 수입사와 소매점과는 달리 인터넷 상에서 가격을 공개해 왔습니다. 웹사이트를 비롯해서 각종 프로모션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정상가와 행사가 모두 적극적으로 공개를 해왔습니다. 또한, 와인포인트와의 협업(물론 이마트 에브리데이이긴 하지만) 등으로 인해서 많은 준비와 경험을 해왔으리라 생각합니다. 

국세청 고시 개정이 효력을 발휘하는 4월 3일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결제'라고 하는 새로운 파도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모든 와인 관계자 분들의 건투를 빕니다.

규제는 개선되어야 하나, 살펴 봐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규제는 생각외로 의외의 부분에서 출발했습니다. 

한국은 규제가 너무 많아서 스타트업들이 사업을 새로 시작하는데 너무 어렵다 라고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어, 현 정부 들어서 ‘규제 개선'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했고, ICT 분야에서도 규제 ‘샌드박스(Sandbox)’ 라고 하는 제도에서 시작했습니다. 

‘샌드박스’는 학교 다닐 때 놀이터에 있는 테두리를 나무로 두르고 가운데에 모래가 있는 모래 놀이터를 뜻합니다. 일정 허용 범위 내에서 마음대로 해봐라 라고 하는 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발의한 사람이 필자의 지인으로 이 지인 역시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러분들이 음식점에 가서 대기줄을 적거나 표를 받는 것을 카카오톡과 연동해서 하는 ‘나우웨이팅'이라고 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인 회사입니다. 

이 회사는 음식점 등과 같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IT 서비스를 하는 회사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님과의 다양한 의견 청취 도중에 나온 이야기가 발전되어 규제를 개선해달라 요청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 스마트오더 시행으로 소비자와 소상공인에 혜택을 준다고 하는 화면. 파이낸셜 뉴스 제공.

다만, 그 효용성 부분에 있어서는 의견이 분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온라인에서 결제가 된다고 하지만, 결국 가서 픽업해야 하는데 기존 대비 무슨 효과가 있겠냐 라는 의견과 일반 음식점에서 주류를 주문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그냥 가서 주문하고 받아도 된다 등 실효용성에 있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다지 효과가 없다고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한, 이번 고시 개정으로 A라고 하는 와인 수입사가 B라고 하는 와인 소매점에서 해당 내용을 픽업할 수 있는 협업을 한다고 발표했는데, 분명히 양 회사는 회사가 다르기 때문에 이러한 형태가 맞는지도 의문입니다. 

예를 들어, 롯데닷컴에서 결제하고, 롭스LOHB에서 픽업하는 것이 가능할까? 라는 부분입니다. 지분법에 의거해서 ‘연결' 회사까지 픽업 대상이 되는지, 아니면 픽업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면 모든 곳에서 픽업이 가능한지 이슈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픽업하는 곳이 주류에 대한 소매 판매 허가제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이번의 고시로 인해서 ‘결제'가 허용된 것에 대해서는 찬성이지만, ‘픽업'은 어디서 할 수 있다는 부분에 대한 것이 명확하지 않아서 나중에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무런 자본의 관계(지분 소유 등)가 없어도 주류 소매판매 허가만 있다면 되는지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결제를 한 곳과 동일한 법인이어야 한다'라고 하는 규정이 없다면 이번 고시 개정은 누구에게 더 유리한 법이 될 것인지 자명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온라인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의 의미

이번 고시 개정으로 인해 사람들은 반쪽짜리 고시라고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결제’만이 아닌 ‘배송’까지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 라고 하는 것이죠. 특히나 요즘처럼 ‘언택트(Untact)’ 라던가 COVID-19 등의 이슈로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것이 두려운 시절에 집에서 ‘홈술' 이라도 해야 하는데 술 사러 나가야 한단 말이냐 라고 하는 것이죠.

이러한 ‘시대 상황'이 갑작스럽게 바뀌고 실제로 이러한 부분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 침체를 살리기 위해서 여러 가지 규제 개선의 카드를 만지작 거릴 수 있겠지만, 여하튼 이번 고시 개정은 어디까지나 ‘온라인 결제' 라고 하는 부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온라인 결제가 생각보다 아주 큰!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작년 2019년도에 주세법 개정 이후 2020년도에 온라인 결제까지 허용된 것은 정말로 큰 발전이 아닐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결제를 할 수 있다'라는 것은 일단 ‘가격이 공개되어야 한다'라고 하는 것입니다. 가격이 공개가 되지 않는데 결제를 할 수는 없다는 당연한 진리이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와인 업계의 관행을 미뤄봤을 때 엄청난 변화입니다. 이제는 좋던 싫던 온라인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사람은 가격을 누구에게나 공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격이 공개가 된다는 것은 당연히 최저가를 찾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한 서비스들 역시 나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와인의 경우 독점적 수입, 다품종 소량생산의 부르고뉴와 내추럴 와인, 온(On)마켓, 수입사 직판 및 수입사의 가격 가이드라인 제시 등 다양한 부분에 의해서 와인의 가격이 극적인 하락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가격에 대한 정보가 온라인 판매를 위해서 제시되고 이에 따라 가격은 점차 하락할 것이고, 이는 와인 업계 전반에 걸친 마진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며, 와인 업계 종사자의 생산성 향상에 대한 도전, IT화를 통한 효율화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앱 만드는 일은 단순히 App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번 고시 개정으로 와인 수입사를 위주로 한 곳은 발등의 불이 떨어진 상황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새로운 흐름(Wave)가 왔을 때 그 흐름을 탈 것인지 저항할 것인지는 각자의 선택이지만, 이왕 하기로 한 것이라면 새로운 흐름에 올라타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와인 수입사들은 1달밖에 남지 않은 이 상황에서 준비를 하고 있었거나 아니면 준비를 하는 행위를 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스마트 오더가 가능한 앱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을 말씀 드립니다.

▲ 눈에 보이는 앱 관련 페이지 보고 간단한 것 아니냐 라고 하는 질문이 많은데,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부분의 것들이 준비되어야 그 간단한 앱이 정상적으로 수행됩니다.

흔히 언급되는 ‘빙산의 일각' 이라고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스마트오더를 보면 메인 페이지가 있고, 와인 리스트가 있고, 와인 상세 페이지가 있고 그리고 결제 정도만 되는 몇 페이지 안되는 것 같지만, 그 뒤에는 서버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는 백엔드 시스템(Back-end System)이 어마어마한 크기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결제가 되어야 한다면 결제 관련된 각종 모듈과 나중에 정산을 하기 위한 작업, 예를 들어 주문 확인/취소/보류 등 다양한 상황에 맞는 부분에 대한 것들이 필요합니다. 또한, 정산을 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정산을 해서 이를 경영 활동에 참고하기 위한 각종 통계자료 까지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와인 업계 특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이슈가 있다는 더욱 더 어려워집니다.

▲ 모 스타트업에서 간단한 와인 판매 앱을 만드는데 소요되는 비용. 앱 하나의 개발에 최소 2-3억 정도는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에 보이는 페이지보다 뒤에 보이지 않는 각종 백엔드 시스템이 많이 존재하고 이것이 없는 앱은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위의 그림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와인 관련 앱을 만드는 곳의 경영지표입니다. 이 회사는 제가 운영하는 회사와 비슷한 와인 업계에 있는 스타트업이고, 매출액은 2018년도에 51만원이고, 2018년도 영업이익과 당기이익은 약 3억 5천 정도의 적자 즉, 자체 투자가 들어간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 앱이 만든 페이지는 사용자 눈에 보이는 것으로 보면 실제 동작하는 부분은 약 10페이지가 채 안되는 작은 서비스인데도 저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앱이기에 몇 천만원 수준에서 만들 수 있지 않겠느냐 라고 하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10배에 가까운 일이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어나고 있고, 그러한 부분이 있어야 눈에 보이는 부분에 대한 작업이 원활하게 수행되는 것이며, 뭐가 안되고 등의 이슈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앱 하나 간단하게 만든다고 생각하신다면 저 정도 비용은 들어간다고 생각하시면 맞을 것입니다. 몇 천만원에 만들 수 있다는 분이 있다면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후에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게 시작하라, 그리고 실제로 동작하는 것을 해보시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고시 개정으로 인해서 앱을 만드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신세계나 롯데와 같이 계열사 중에서 IT 자회사를 가진 곳은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겠지만, 그밖의 수입사 및 소매점들은 쉽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시대가 온라인으로 전환된다고 하지만, 실제로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이런 회사들일수록 작게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플랫폼 수수료를 지불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곳을 공략하는 것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 카카오 쇼핑 채널 모습. 결제 및 픽업이라는 모델을 지원할지 확인이 필요하지만, 대규모 플랫폼에 투자할 수 없는 곳이라면 카카오 쇼핑채널이나 카페24사와 같은 기존 상거래 사이트에 적용해서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됨 . 적은 비용으로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먼저 판단한 다음 대규모 투자를 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라 판단됨.

대표적인 곳이 바로 카카오 쇼핑 채널이나 카페24 등을 이용한 서비스로 4월 이후 고시가 개정이 되면 주류 판매 관련해서 배송은 제외하고 결제까지는 가능하기에 아마 지원해줄 가능성이 큰데 픽업센터에 대한 부분 역시도 여러 가지 방법이 제시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다양한 마케팅 메시지를 카카오톡을 통한 광고 메시지 발송이라던가 카카오 싱크를 통한 회원 가입 간소화, 수입사/소매점 모두 열심히 활동 중인 인스타그램을 통한 와인 판매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작게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작게라도 웹사이트를 꼭 만들어 운영하시길 권고 드립니다. 웹사이트는 온라인 비즈니스에 있어서 ‘베이스캠프'와 같은 곳입니다. 카카오나 인스타그램은 하나의 채널일 뿐이지 그 자체가 메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러한 것들을 다 해보시고 나서 대규모 투자를 하셔도 무방합니다. 물론, 자금적 여유가 있는 곳들은 바로 시행착오를 겪으시면서 해도 무방합니다. 단, 현재 IT업계에서는 전자상거래 인력의 씨가 말라서 상당한 비용을 주고도 양질의 개발 인력을 찾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와인비전에서 인스타그램을 이용한 와인 관련 용품을 판매하는 모습. 나중에 와인비전에서는 마이시크릿셀라에서 소개하는 와인을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판매도 직접할 것으로 예상.

와인 업계의 IT화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번 국세청 고시로 인해서 와인 업계의 IT화는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었다고 판단합니다. 반쪽짜리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여러 가지 시장에 대한 충격 완화라던가 앞으로 배송까지 이뤄지는 시간에 대한 여러 가지 대비 등을 시장에서 할 수 있도록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고시 개정의 내용을 정리하면, 결제를 위해서는 가격이 공개되어야 하는 것이고, 가격 공개로 인해서 소비자에게는 보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경쟁력 있는 가격의 와인을 구매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수입사를 비롯 와인 유통 업계에 있는 분들에게는 단기적으로는 마진의 압박은 있을지는 몰라도, 가격 인하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와인을 소비하게 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보다 많은 와인 소비자들이 생겨서 시장 자체가 활성화 되어 가는 것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필자를 비롯한 다양한 와인 업계의 스타트업들이 그러한 것들을 더욱 더 풍부하게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하는 바입니다.

▲ 양재혁 대표

필자는 한메소프트, 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등 IT 분야에서 비정형 데이터 관리와 일본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9년에 와인과 IT의 결합을 주제로 (주)비닛 창업하여 서비스 준비 중인 스타트업 대표이다. WSET Level 2를 수료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양재혁 iihi@vin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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