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양한 종류의 와인 글라스 <사진=pxfuel>

글라스가 다르다고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글라스 모양에 따라 와인이 혀에 닿는 위치가 달라진다고 주장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의 얼굴 모양이 가지각색인 만큼, 입이 큰 사람, 작은 사람, 입이 튀어 나온 사람, 입이 들어간 사람, 입이 넓은 사람, 입이 좁은 사람… 이렇게 입 구조가 사람마다 다르니까, 동일한 모양의 글라스라도 사람에 따라 와인이 혀에 닿는 위치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 글라스의 길이가 길고 입구 지름이 작을수록 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단맛, 신맛, 짠맛 등 느끼는 혀의 부위가 정해져 있다는 ‘혀 지도’는 21세기에 와서 엉터리로 밝혀졌으며, 음식의 맛이란 혀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고 코에서 느낀다. 또 품종이나 지방에 따라서 글라스 형태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와인 테이스팅에 사용하는 글라스는 국제규격(ISO, INAO)으로 그 모양과 사이즈, 테이스팅 용량(50㎖) 등이 정해져 있는데, 이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럴싸한 이야기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좋은 글라스에 와인을 마시면 확실히 맛있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인데, 이것은 기분 때문이다. 글라스가 좋은지 모르고 마신다면 별로라고 느낄 텐데, 비싼 글라스라고 알고 마시니까 와인이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다. 와인을 비롯한 기호식품은 기분에 따라서 맛이 달라진다. 단, 종이컵에 와인을 넣으면 종이 냄새가 나는 것은 확실하다.

▲ 김준철 원장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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