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모래가 높은 온도로 가열되면 생성되는 것이라서, 수천 년 전부터 인간은 모래밭에서 불을 때다가 이 천연유리를 발견하고, 이를 가공하여 장신구로 사용했을 만큼 유리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유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2000년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로 알려져 있으며, 로마시대에 유리가공 기술이 확립되어 유럽 각국으로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원전 100년경에는 불대 끝에 녹은 유리를 말아서 부는 방법으로 여러 가지 용기를 제작하였으며, 유리병도 이때부터 등장했지만 강도가 약하고 밀봉이 어려워 주전자 역할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고 있다.

1600년대부터 연료가 석탄으로 바뀌면서 높은 온도를 얻을 수 있어서 단단한 유리병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병 모양도 당시 둥근 양파 모양으로 눕힐 수 없는 형태에서 점차 현대적인 모양으로 날씬하게 바뀌기 시작하고, 코르크를 만나면서 밀봉이 완벽해진다.

코르크를 만나기 전까지는 나무 마개에 기름먹인 종이나 천으로 감싸서 밀봉시켰으나 밀봉이 불완전했고, 탄력성이 좋고 밀봉 효과가 좋은 코르크의 사용은 와인 보관에도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렇게 1600년대 후반부터 코르크를 씌운 유리병이 등장하여 1700년대에 프랑스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였으니까 병에 들어있는 와인이 대륙을 건너서 국제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와인 병 사이즈도 1979년에 이르러 전 세계적으로 750 ㎖로 통일된다.

와인 병 사이즈가 750㎖가 된 이유를 “불어서 병을 만들던 시절에 사람이 한 번에 불 수 있는 (폐)용량이 750㎖라서 그렇게 되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렇다면 와인 보다 많이 팔리는 맥주나 콜라 병도 750㎖가 되어야 하는데, 맥주는 500㎖나 330㎖가 대부분이다. 이야기는 그럴듯하지만, 신빈성은 전혀 없는 이야기이다.

와인 병 사이즈가 750㎖로 통일된 것은 1979년 미국의 주장으로 그렇게 된 것이다.

유럽에서 거대한 미국시장을 잃을까봐 큰 논란 없이 이를 수용한 것뿐이다. 750㎖는 미국 1 갤런의 1/5(정확하게는 757㎖)에 해당된다. 미국은 금주령 이전부터 1/5갤런 병을 사용하고 있었다. 피카소의 작품인 무통의 1973년 빈티지 상표를 보면 73cl(730㎖)이다.

▲ 김 준철 원장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 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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