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샷을 건지려는 동료에게 포즈를 취해보도록 주문하고 있다.

남반구에 있는 볼리비아의 여름은 11월 21일부터 3월 21일까지 지속되는데, 이때 비가 조금씩 내려 고인 물로 인해 우유니 소금호수는 세상에서 가장 큰 거울로 변한다. 하얀 소금 밭 위로 깊이 5센티 남짓 고인 얕은 물은  파란 하늘 위로 떠 다니는 흰 뭉게구름을 수면 위로 그대로 반영시켜 거대한 데칼코마니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 검붉은 여명의 눈부심으로 몰아지경이 된다.

특히, 새벽과 해질 무렵 펼쳐지는 노을이 수면 위에서 반영될 경우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장엄하고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찰나처럼 지나가지만 신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내는 새벽의 프롤로그이자 황혼 무렵의 에필로그라 할 수 있겠다.

▲ 1월은 여름이지만 해발고도가 높아 새벽엔 꽤 쌀쌀한 편이다.

이 소금호수는 약 3만년전에 형성된 호수가 밖으로 흘러나가는 출구가 없어 계속 물이 증발하여 우리나라 경상도 크기의 거대한 소금 밭으로 변했다. 가도가도 끝없는 하얀 소금 밭은 깊은 곳이 120미터 정도로, 11개의 다층구조로 형성되어있으며, 한 층의 깊이가 2~10미터라고 한다. 남미의 사람들이 평생을 파 먹어도 될 정도의 양이아닐까 생각된다.  

▲ 찰나처럼 지나가는 여명의 순간, 무슨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

어느 영웅의 이름을 따서 나라 이름을 정한 나라는 아마도 볼리비아가 유일한 듯 하다. 마치 로마제국을 일으킨 로물루스의 이름을 따서 로마라 이름 지었듯, 에스파니아에서 남미 국가들의 독립을 이끈 유공자 시몬 볼리바르 Simon Bolivar의 이름을 따서 지금부터 195년전인 1825년 8월 26일 볼리비아 Bolivia로 국명을 정한 것이다.   

볼리비아는 남미 중부의 내륙국으로, 행정 수도는 라파스 Lapas로,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와 인접해있다. .

▲ 동트는 곳을 향해 걸어나가는 동료, 발 아래 잔물결이 예사롭지않다.

스페인의 점령기 이전에는 아메리카 대륙의 최대 제국 잉카의 일부였고, 스페인 식민기에는 "페루의 상부" 또은 "차르카스(Charcas)"로 불렸다. 마침 식민 모국인 에스파니아에서 1808년 시민들이 정변을 일으켜 무능한 카를로스 4세를 쫒아내고 아들인 페르난도 7세를 옹립하려하자, 이틈을 타서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쳐들어와서 친형인 조제프를 에스파니아 왕으로 앉히는 정치적 혼란기를 겪게 되는데, 이 기회를 이용하여 베네수엘라의 귀족 출신 시몬 볼리바르가 결연히 일어나 남미대륙 북부 국가들의 독립운동을 일으킨 덕분으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콜럼비아, 에콰도르, 페루, 파나마 등 6개 국가가 독립을 쟁취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남미를 독립시킨 최대영웅이 된 것이다. 그의 조국인 베네수엘라 또한 국가의 공식명칭이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 (Bolivarian Republic of Venezuela)이며, 화폐 단위도 볼리바르 이다.

남미의 대도시에 가면 도시 중심에는 볼리바르 라는 이름의 광장이 흔한 편이며, 파리 센강 알렉상드르 3세 다리옆에도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 라는 팻말의 기마상이 우뚝 솟아있다.      

▲ 파리 센강 알렉상드레 3세 다리 옆에 있는 시몬 볼리바르의 기마상

하지만, 볼리비아는 1879년 칠레를 포함한 인근국가들과의 전쟁에 패하여 해안 지역을 잃으면서 내륙국으로 전락하게 되는 비운을 겪었다.    

볼리비아 서부 고지는 해발 4천미터에 이르는 안데스 산맥에 위치하며 볼리비아 고원 (Altiplano)이 있다.  가장 높은 산은 네바도 사하마 산으로 6,542m에 이른다. 티티카카 호수가 볼리비아와 페루 국경 사이에 있으며, 이 호수는 페루가 60% 볼리비아가 40%를 나누어 갖고 있다. 볼리비아의 남서쪽 포토시 주에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소금 사막인 살라르 데 우유니 Salar de Uyuni 가 있어 지구상에서도 가장 자연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가볼만한 곳이다. 볼리비아는 더운 열대권에 속하나, 고도가 높아 만년설이 남아있는 고산과 안데스 산맥의 극지기후 등 다양한 기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행정수도인 라파스는 해발 4,000m에 위치하고 있으며 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으로 물을 수시로 마시고 강렬한 태양에 오래 노출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볼리비아는 멀기도 하고, 고도 때문에 두통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누구나 한 번쯤은 가보기를 꿈꾸는 곳이다. 지구 태초의 거칠고도 황량함이 주는 매력과 사륜구동 차량에 몸을 싣고 4~5천미터 해발의 거친 산길을 누비며 눈으로 덮힌 설산을 바라볼 수 있고, 홍학들이 춤추는 신비한 호수와 유황이 뿜어져 나오는 사막 온천을 함께 볼 수 있어 그 감동이 각별하기 때문이다.    

▲ 하늘과 땅이 완전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인력개발원,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 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인기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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