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작가 ‘이언 플레밍(Ian Lancaster Fleming)’의 첫 번째 소설인 ‘007 카지노 로얄(1953년)’에서 제임스 본드가 ‘테탱제(Taittinger, 1943년산) 블랑 드 블랑’을 세계 최고의 샴페인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007에는 항상 샴페인이 등장한다. 2년 뒤에 나온 소설 ‘문레이커(Moonraker, 1955년)’에서는 ‘동페리뇽(Dom Pérignon)’이 소개되고, ‘다이아몬드는 영원히(Diamonds are forever, 1956년)’에서는 ‘볼랭제(Bollinger)’가 나온다.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는 단순히 와인을 마시는 것이 아니고, 탁월한 와인지식과 미각으로 상대를 제압하고, 상대를 파악할 때도 와인과 요리의 조화, 매너 등을 보고 짐작을 하면서 사건을 풀어가는 지혜를 가진 스파이로 묘사된다. 이러한 제임스 본드를 묘사한 작가의 와인에 대한 지식은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1962년부터 007 소설은 영화로 소개되어 2015년까지 24편(번외 포함 26편)이 나왔는데, 딱 한 번 ‘다이아몬드는 영원히’를 제외하고는 매번 샴페인이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물론 샴페인 회사들의 치열한 로비가 있었겠지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샴페인은 ‘볼랭제(Bollinger)’이고, 그 다음이 ‘동페리뇽’이다.

1960년대 007 영화에서는 동페리뇽이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지만, 1973년 ‘죽느냐 사느냐(Live and let die)'에 처음으로 제임스 본드가 볼랭제를 주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후 지금까지 볼랭제는 제임스 본드의 샴페인으로 소비자들에게 각인된다.

한 잔의 샴페인은 우리를 유쾌하게 만들고, 용기를 북돋우며, 상상력을 자극하며, 재치 넘치게 만든다. - 윈스턴 처칠(Sir Winston Churchill, 영국의 정치가)
 

▲ 김 준철원장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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