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국내의 연말연시 술자리를 보면, '부어라 마셔라'보다 연말의 느낌과 분위기를 더 원하는 추세다. 송년회 자리도 고깃집이나 대형 술집들보다는 성수동, 문래동, 망원동 등 기존 상권보다 느낌 있고 힙한 장소를 찾는 이들이 잦아졌다. 

▲ 연말연시 '와인'으로 분위기를 내보자

트렌디하게, 멋지게, 이쁘게 보내고 싶을 때 가장 어울리는 술은 '와인'이다. 와인보다 더 연말의 분위기를 멋지고 이쁘게 낼 수 있는 술이 있을까 생각이 든다.

허나 와인을 마시려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하늘의 별자리만큼 많은 와인으로 선택장애를 일으키는 건 일쑤고 집에 들고 와 어떻게 오픈하는지부터 막막하기 때문이다. 선택에 답이 없을 땐, 우선 와인 레이블이라도 마음에 드는 와인을 과감히 집어 들던가 매장의 직원이나 주변의 와인 전문가(소믈리에, 큐레이터 등)에게 편하게 물어보면 된다. 레스토랑에서도 마찬가지다. 추천받는 데 주저하지 않는 것이 와인입문에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와인이라는 술을 잘 모를 때 추천 와인을 묻는 기준은 '맛'보다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주는 게 좋다. 연인이나 또는 친구랑 마신다든지, 선물을 줄 거라든지, 축하할 일이 있다든지. 물론 와인을 오픈하는 방법 정도는 알아두는 건 센스다. 

한 해가 지나고 있는 연말이기도 하니 친애하는 지인과 함께하는 자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몇 가지 추천하려고 한다. 

#1. 친한 이들과 밤새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 있는가?

▲ 돈나푸가타 밀레 에 우나 노떼(Donnafugata Mille e una Notte) <사진=나라셀라>

좋은 음식과 함께 깊은 밤을 지새울 이들에게는 '돈나푸가타 밀레 에 우나 노떼'와 함께 하면 좋을 것이다. 와인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최고의 와이너리로 평가받는 돈나푸가타에서 생산하는 레드와인으로 와인 이름 '밀레 에 우나 노떼'는 'Thousand and one nights(천일 그리고 하루의 밤)'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진한 풍미와 복합적인 맛이 특징이며, 굽나 훈제로 요리한 소고기랑 함께 하기를 추천한다. 

#2. 연말에 편한 이들과 좀 시끄러울 것 같은 분위기라면, 스파클링 와인이 그 분위기를 배가시킬 수 있다.

▲ 그랑 뀌베 1531 브뤼(Grande Cuvee 1531 Brut) <사진=이지와인>

특히 파티 등에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스파클링을 찾는다면 프랑스 리무(Limoux)지역의 스파클링 와인 '그랑 뀌베 1531 브뤼'를 추천한다. 2007년 300종의 스파클링 와인 블라인드 테이스팅에서 상위권에 입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 와인은 황금색의 빛깔에 배, 헤이즐넛, 감귤향이 풍부한 와인이지만 무엇보다 계속해서 올라오는 버블이 특징이다. 17시간 동안 버블이 나온다고 하니 밤새 지인들과 즐겁게 보내기에 괜찮은 선택 일 것이다. 랍스터나 연어, 굴 요리와 함께 한다면 더 좋은 와인이다.

#3. 지인이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좀 이야기가 다르다. 로제 와인을 선택한다면 색부터 맛까지 괜찮은 선택이 될 것이다.

▲ 덕혼 디코이 로제(Duckhorn Decoy Rose) <사진=나라셀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덕혼 디코이 로제' 와인은 은은한 로제 빛깔과 함께 맛도 산뜻하여 부담 없이 마시기에 좋다. 산뜻하긴 하지만 너무 가볍지만은 않아 분위기를 이끌기도 좋다. 딸기향과 수박향이 느껴지고 레몬 제스트의 향은 사랑스러운 로제의 향을 배가시킨다. 샐러드, 스프링롤, 그릴고기 등 다양한 음식과 웬만해서는 어울리게 마실 수 있다. 

#4. 좀 더 분위기를 내고싶다면 지금 추천하는 와인도 나쁘지 않다.

▲ 일 뿌레또 브라께토 다뀌(Il Furetto Brachetto d'Acqui) <사진=와이넬>

이탈리아 피에몬테 지역에서 생산하는 '비테 꼴떼, 일 뿌레또 브라께다 다뀌'는 핑크빛이 감도는 깊은 레드 빛깔로 분위기를 압도 할 수 있다. 와인이름에 '뿌레또(Furetto)'는 '흰담비(Ferret)'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흰담비는 유일하게 애완동물로 길들여진 족제비과 동물로 알려져 있다. 레이블의 앙증맞게 그려진 그림부터 연인의 마음을 사로잡기 좋다. 밸런스가 좋아 마시기 어렵지 않으며 체리, 딸기향 등 과일향과 함께 장미 향이 난다. 헤이즐넛쿠키, 마카롱,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들과 함께하면 더 맛있게 즐기기 좋다. 

#5. 그래도 와인을 모르겠고 맛도 잘 모르겠다거나, 술을 잘 즐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포르투갈 주정강화 와인을 제안한다. 

▲ 프리바다, 모스카텔 드 세투발, 알마냑 (Privada, Moscatel de Setubal, Almagnac) <사진=올빈와인>

'프리바다, 모스카텔 드 세투발, 알마냑 1998'은 부드럽고 유연한 질감으로 편하게 마실 수 있으며, 한 잔 받아 소량씩 마시기에도 부담이 없다. 끝에 느껴지는 단맛과 깔끔함이 기분을 한층 더 업 시켜주어 지인들과 담화를 나눌 때의 텐션도 높게 유지할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오랜 시간 대화를 할 계획이라면,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 이 포르투갈 주정강화 와인을 마시길 추천한다.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 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저작권자 © 소믈리에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