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우리 몸에 건강하다고 알려진 식재료가 시간이 지나 다양한 연구를 통해 부정적인 요소들이 발견되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허브도 마찬가지인데, 이번에 소개할 허브는 과거 우리 몸을 치유해주는 ‘힐링 허브’로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건강에 안 좋은 점이 발견되어 우리의 기억 속에 잊혀진 허브다. 이번 허브 노트의 주인공은 ‘컴프리(Comfrey)’다.
컴프리는 약 기원전 400년부터 힐링 허브(Healing Herb)로 경작되어왔다. 컴프리(Comfrey)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함께 자라다(Grow Together)’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는데 식물의 과거 초기 사용목 적을 잘 설명해주는 뜻이다. 과거 그리스와 로마 시대 때는 컴프리를 과다 출혈을 막고, 기관지 문제, 상처와 부러진 뼈 치유와 같은 문제에 사용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2000년 이상 동안에는 항염증, 진통성을 목적으로 서양 전통 의학에서 사용되어 왔다.
대표적으로 컴프리에 대한 기록을 알 수 있는 것은 그리스 출신의 페다니오스 디오코리데스(Pedanius Dioscorides)가 서술한 약용식물 도감 '드 마테리아 메디아(De Materia Media)'로 현대 약전의 근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책에서 디오코리데스는 컴프리에 대해 “곱게 갈아 마시고 나면 피를 토해내는 사람과 내막의 종기를 앓는 사람에게 이롭다”라고 서술했다.
단 이렇게 힐링 허브로 과거 사랑받던 컴프리는 2000년대 들어서 외면받기 시작한다. 1960년 정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도 차(Tea)와 녹즙 등으로 들어오기도 했던 컴프리는 지난 2001년 미국 FDA가 총 25종의 컴프리 중 3종(Symphytum officinale, S. asperum, S. xuplandicum)에서 간 기능을 저하하고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피롤리지딘 알칼로이드(Pyrrolizidine Alkaloid)라는 발암물질이 검출되었고 이에 따라 식품에 사용되는 것이 금지되었다.
임산부, 유아, 간, 신장 또는 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은 먹는 것을 삼가해야하는 것은 물론 굳이 다른 사람들이 발암을 유발할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할 필요성이 없었다. 단, 1980년대에 들어 별다른 효능이 없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FDA 금지 이전에도 컴프리 제품들은 이미 나락의 길을 걷고 있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원전부터 긴 역사를 자랑하던 컴프리는 최근 허브 영양제가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도 볼 수 없는 ‘잊혀진 허브’가 되었다. 현재는 일부 한방의 약재로 사용되는데 소화 기능 향상, 빈혈, 위산과다, 위궤양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에서도 허벌리즘(Herbalism/약초학)의 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반 사람들은 찾지 않는 허브가 되었지만, 현재 컴프리는 나름대로의 역할로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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