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도들은 대천사 가브리엘이 예언자 무하마드의 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커피를 선물했다고 전하지만, 커피는 약 7세기 경 에티오피아 양치기가 발견한 것으로 양들이 이 열매를 먹고 잠을 자지 않기 때문에 ‘춤추는 양떼’라는 말은 바로 커피를 상징한다. 이렇게 발견된 커피의 원산지는 에티오피아이지만, 이것을 볶아서 음료로 만든 사람은 아랍인이다. 커피는 일찍이 아라비아 반도를 중심으로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고,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알코올 대신에 합법적으로 마실 수 있는 대체 음료가 되었다.

서유럽에 상륙한 커피는 기독교인들이 처음에는 ‘이슬람의 와인’이라고 부르기도 했지만, 이교도들이 마시는 음료라서 ‘악마의 음료’라고 부르면서 공식적으로 음용이 금지되어 있었다. 그러나 교황 클레멘스 8세(Clemens VIII, 1592-1605)는 커피의 맛에 반하여 “이 악마의 음료는 아주 훌륭하므로 악마에게만 독점시키기는 너무 아깝다. 세례를 주어 악마를 조롱하도록 하라.”라고 명하여, 기독교도의 음료로서 공인된다. 이때부터 유럽은 와인과 커피를 마심으로서 지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활동을 통하여 세계 최고의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와인과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음료는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은 알코올이 있어서 지성보다는 감성을 부추기지만, 커피의 카페인은 알코올과 달리 지능을 고무시키고, 강심작용을 한다. 즉 커피는 권태와 졸음을 쫓아 활기를 소생시켜주는 지성의 음료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1600년대 커피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때 주요 소비층은 과학자, 지식인, 상인 등 지적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1674년 어떤 시에서는 “와인은 우리의 이성과 영혼을 수장시키는 반역적인 포도로 만든 달콤한 독이지만, 커피는 위장을 치료해 주고 천재를 만들 수 있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현미경 관찰과 스프링 저울의 원리로 유명한 ‘로버트 후크(Robert Hooke)’, 행성의 운동에 대한 법칙을 밝힌 ‘핼리(Edmund Halley)’ 모두 커피를 마시면서 과학적인 발견을 한 사람들이다.

와인의 알코올은 사람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지만, 커피의 카페인은 판단력을 뚜렷하게 만든다. 고로 연애할 때는 와인, 공부할 때는 커피를 마셔야지 바꾸면 큰일 난다. 연애할 때 커피를 마시면 똑바른 정신 상태에서 “연봉이 얼마? 키가 얼마? 인물이 어쩌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없다. 또 공부할 때 와인을 마시면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등 헛소리를 할 수 있다.
 

▲ 김 준 철 원장

고려대학교 농화학과, 동 대학원 발효화학전공(농학석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Freesno) 와인양조학과를 수료했다. 수석농산 와인메이커이자 현재 김준철와인스쿨 원장, 한국와인협회 회장으로 각종 주류 품평회 심사위원등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준철 winespiri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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