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장사 절 입구 다리위에 드리워진 단풍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산(內藏山)에 있는 사찰로, 조계종 산하 고창 선운사(禪雲寺)의 말사이다.

깊은 산속에 들어앉아 보물을 품고 있다는 의미로 내장(內藏)산이라 이름 붙었는데, 일설에서는 구비구비 이어지는 산세와 계곡의 형상이 마치 양의 내장과 닮아서 내장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여길 와서 보면 보물을 품고 있는 산이란 의미가 더 설득력이 있다.

지금부터 약 1400년전인 백제 무왕 때 이곳에 영은조사가 영은사를 창건했다.
조선 중종 때 세상이 어지러워져 승려들이 수행을 멈추고 갑자기 강도로 돌변하여 마을 사람들의 가재도구와 곡식을 빼앗아 가는 승도탁란사건(僧徒濁亂事件)이 일어났고, 이에 대노한 중종은 영은사를 ‘도둑의 소굴’이라 하여 절을 모두 태워버리고 폐사했다.

▲ 내장사 대웅전의 만추

이후 명종 때 희묵대사가 폐사된 터에 법당과 요사채를 건립하고 내장사라 불렀다. 이후 정유재란과 6.25 전쟁 때 소실되 중수와 중건을 거듭하여 오늘에 이른다.

현재 내장사는 대웅전과 극락전, 관음전, 명부전, 선원(禪院), 정혜루(定慧樓, 사천왕문(四天王門), 일주문(一柱門) 등이 있으며, 유형문화재로는 동종과 부도가 있다.

동종은 원래 장흥 보림사(寶林寺)에 있던 것을 옮겨다 놓은 것이다. 높이 80㎝, 구경 50㎝의 중종이며, 정교한 용두 문양과 고운 음색으로 조선 동종 중 걸작으로 평가된다. 일제시대 말기에 일본군인들이 병기제작을 위해 녹여서 써야 한다며 빼앗아 간 것을 우여곡절 끝에 되찾아 놓았다.

부속 암자로 벽련암, 영은암 원적암, 불출암 등 12개가 있었으나, 지금은 원적암과 영은암 두개만 남았다 내장산 안에 쌓은 산성은 임진왜란 시기에 희묵이 제자 희천(希天)과 함께 쌓은 것이라고 한다.

▲ 불공드리는 법당안. 수험철이라 애타는 부모들의 염원이 이어지고 있다.

옛날부터 빼어난 산수로 이름난 내장산(內藏山)은 조선 8경 중의 하나로, 남쪽의 금강산이란 뜻의 ‘남금강(南金剛)’ 별칭이 있다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기록되어 있다.

호남의 5대 명산을 들라고 하면 의례 정읍 내장산, 구례 지리산, 영암 월출산, 장흥 천관산, 부안 내변산을 꼽는데, 내장산은 전북 정읍, 순창군, 전남 장성군을 걸쳐 자리잡은 명산으로, 특히 가을철 화려한 단풍으로 이름 나있다.

▲ 내장산 내장사 진입문

내장사를 병풍처럼 감싸고 서있는 바위산과 연이은 봉우리들로 인해 경관이 아름답고 내장사에서 서래봉까지 이어지는 깊은 계곡과 크고 작은 폭포수 아래 고인 잔잔한 웅덩이에 맑게 투영되어 보이는 붉고 노란 단풍나무의 잎과 산책로 주변에 카펫처럼 깔린 형형색색의 낙엽, 오랜 풍상을 겪으며 기괴한 형상으로 뭉쳐지고 일그러진 나무들의 형상을 보느라면 어느새 세상의 번뇌와 고민도 잠시나마 잊게 된다. 산도, 냇물도, 내 마음도 함께 붉어진다 하여 옛날 부터 내장산을 삼홍(三紅) 이라 부르지 않았나 싶다.

▲ 내장사 입구 연못에 투영된 가을 하늘

내장산의 단풍 나무는 다른 지역과는 달리 애기단풍이라 불리며 내장산에 자생하는 한국의 고유종으로 알려져 있다. 고운 색상을 지니고 잎이 작은 당단풍 군락을 이루는 내장산은 30여종의 단풍나무가 각기 다른 톤으로 표출해내는 울긋불긋한 색깔로 산과 계곡 전체를 불태우듯 물들여 전국의 어떤 산보다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산사로 진입하는 도로와 산책로의 경사도가 낮아 평지를 이루고 있어 남녀노소가 산보하듯 즐길 수 있어 더욱 찾는 이가 많은 듯 하다.

▲ 맑은 물이 흐르는 내장산 계곡,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정겹다

가을단풍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내장사 입구의 단풍터널을 통과하여 금선계곡, 우화정을 끼고 돌아, 내장사 단풍을 거치는 코스인데, 체력이 받쳐줘서 단풍을 좀 더 탐닉하고 싶다면 원적암을 경유하여 불출봉까지 2킬로, 망해봉 옆을 지나 연자봉을 경유해 까치봉까지 3킬로, 금선계곡을 거쳐 내장사로 내려오는 2.5킬로 산행길(총 7.5킬로)에 도전해 볼 수 있다.

가벼운 단풍놀이 코스로는 단풍터널을 경유하여, 셔틀버스 종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연지봉 중턱 전망대에 다녀 온 후 내장사를 거쳐 원적계곡을 따라 올랐다가 원적암에서 벽련암 쪽으로 이어지는 평지를 따라 단풍터널로 돌아올 수 있다.

▲ 단풍숲과 드넓은 잔디밭

내장사 입구에서 시작되는 단풍나무 터널은 무려 800m에 달하는데, 마치 색동옷을 차려 입고 도열한 무희들의 환영을 받는 듯한 착각이 든다. 수령 50년 전후의 단풍나무 군락은 주변의 400여종 수목들과 멋진 앙상블을 이루는데, 올해는 11월 초부터 중순까지 최고의 절정기를 보이는 것 같다.

단풍이 드는 이유는 나무가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이다. 기온이 떨어지고 건조해지면 나뭇잎은 광합성 작용이 더뎌지고 수분 부족을 겪게 되며, 뿌리에서도 물을 빨아 올리기가 어려워진다.

나무는 잎을 통해 증발되는 수분을 막기 위해 나무와 잎을 연결하는 통로를 차단하게 된다. 이때 두터운 떨켜층을 형성하게 되는데, 잎은 계속 햇볕을 쬐면서 광합성 작용을 하여 영양분을 만들어 내지만 통로가 차단되어있기에 잎에 당분이 누적되면 급속히 산성도가 증가되어 엽록소가 파괴되는데, 이때 엽록소에 가려져 있던 카로틴, 크산토필 색소가 발현되고 안토시아닌이 생기면서 잎이 빨갛거나 노랗게 물들기 시작하는 데, 이것이 단풍이 되는 것이다.

▲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하루 휴가를 내서라도 단풍을 온전히 즐겨보려는 낭만파들이다

늦가을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면 단풍이 더욱 아름다워 지는데, 단풍의 색감은 일교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일교차가 극심하면 잎에 당분이 더욱 많이 쌓이고, 이 당분이 안토시아닌으로 바뀌면서 잎이 더욱 붉게 변하는 것이다.

▲ 대웅전 건물 위로 맑은 가을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열대지방은 계절의 변화가 없고 온도의 변화가 적기 때문에 일부러 낙엽을 만들어 잎을 버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동남아 지역에서 단풍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계절 변화가 뚜렷한 우리나라가 복 받은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가을 단풍을 감상하며 풍류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욱성 기자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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