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국가가 자랑스러운 그들의 문화를 외교의 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최초로 중국을 방문 한 역사적 사건 뒤에는 핑퐁외교가 있었고, 가까이는 우리 대통령의 해외 국빈방문 수행단에 한류 연예인을 비롯한 문화사절단이 동행 하는 경우가 그 예다.

그렇기에 프랑스의 경우 국가간 정상 외교에 와인을 내세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지난 9월 타계한 자크시라크 프랑스 전 대통령은 프랑스에 있어서 와인의 중요성을 널리 알린 정치 지도자로 평가 받는다.

1973년 농업부 장관 재직중 샤또 무통 로칠트(Château Mouton Rothschild)를 1등급 와인으로 격상 시키는데 서명 했으며 1999년 로버트 파커에게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를 수여한 이도 바로 그다.

2003년에는 당시 영국 총리였던 토니블레어 총리에게 무통 로칠트 1989년산 반 상자를 생일 선물로 건네 주는 등 와인을 외교에 적극 활용 했다.

▲ 프렁스 와 중국 두 정상 사이에 선 소믈리에 장 마리 프라트(Jean-Marie Pratt) <사진=Terre de vins>

이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도 이 '와인외교'는 이어졌는데 그 외교의 한 가운데 있었던 한 소믈리에가 화제다. 지난 11월 5일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국제수입박람회의 프랑스관에서 마크롱과 시진핑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최고급 와인을 시음 하는 행사를 가졌다.

프랑스 당국은 이 와인들을 서비스 할 소믈리에가 필요 했는데 알자스 출신이며 상하이를 기반으로 활동 하고 있는 장 마리 프라트(Jean-Marie Pratt)가 그 주인공이다. 포도밭과 와인양조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이미 지구 남반구와 캘리포니아를 누비고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거쳐 중국에서 일하게 된지 7년만의 일이다.

이제 막 중국에서 리버 와인(Liber Wine)이라는 수입회사를 차린 그는 행사 약 2주 전 중국 주재 프랑스 대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으며 두 정상이 시음한 세 종류의 와인은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이 선택 했다고 한다.

선택된 와인은 루이 라투르 코르통 그랑 크뤼 2010(Corton Grand Cru de Louis-Latour), 제라드 베르트랑의 랑그독 지방 라 클라프 2016(Château L’Hospitalet de Gérard Bertrand AOP La Clape) 그리고 2006년산 샤또 슈발 블랑(Chateau Cheval Blanc)이 그것이다.

시음 당일 프라트는 마크롱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도착하기 한시간 전에 와인의 질과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한 차례 시음 했으며 두 정상이 도착하는 순간에 맞춰서 각 와인을 적당한 온도로 준비해야 했다.

또한 중국 당국의 요청으로 그 이후에도 두 리더의 면전에서 한번 더 시음을 해야 했다. 그는 저명한 와인마스터이자 소믈리에마스터인 고(故) 제라드 바세 곁에서 일한 경험이 압박감이 있는 상황을 잘 대처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고 영국의 와인 매거진 디캔터(Decanter) 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그건 정말 특별한 경험 이었어요. 사는 동안 자기 나라의 대통령을 한번 만나 볼 수는 있겠죠. 하지만 유럽인으로서 중국의 국가수반을 만나는 일은 정말 흔치 않은 일이니까요."

동시에 그는 프랑스의 와인 매거진 테르드뱅(Terre de vins)등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국 대통령인 마크롱에 대한 개인적인 찬사를 잊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와인의 대사 역할을 정말 멋지게 해냈습니다. 예정된 모든 와인들을 상대에게 적극 권하고 홍보한 사람이 바로 그였거든요."

시진핑 또한 마크롱의 발언에 관심을 보이는 등 호의적이었으며 최근 품질이 향상되고 있는 중국 자국산 와인에 대해서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날 마크롱은 시진핑 주석에게 로마네 콩티(Romanée-Conti) 1978산을 선물로 제공 했다.

소믈리에타임즈 송정하기자 noellesong05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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