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와이너리 입구 벽면에 크게 표기된 비냐 몬테스

칠레와인 몬테스 Montes는 쉬운 이름과 천사 라벨로 우리에게 금방 친숙해졌고, 맛과 향이 풍부한 이 와인은 처음부터 우리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 몬테스 알파의 라벨에 그려진 천사 그림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숨어있다. 창립자 중 한 사람인 더글라스 머레이 Douglas Murray 는 젊은 시절 자동차 경주를 즐겼는데, 그는 두 번의 대형사고를 당했음에도 크게 다치지 않고 기적처럼 살아났다. 그를 지켜준 수호천사 Guardian Angel 의 존재를 믿었던 그는 와인 라벨에 이 천사를 그려 넣었는데, 천사 이미지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구매 욕구를 일으켰고, 와인 품질에 대한 진정성을 상징하는 의미로 인식되어 그야말로 대박을 내게 된 것이다.

▲ 몬테스의 상징 천사 조각상이 와이너리 로비에 전시되어 있다.

1997년 첫 수입후 22년만에 국내 최초로 단일 브랜드명으로 1천만병 누적판매의 기록을 세웠다. 1997년에 동아원의 이희상회장은 나라식품(지금의 나라셀라)을 세워 와인수입을 시작했으며 몬테스와 계약을 맺고 첫 수입을 개시했는데, 마침 IMF가 터지는 바람에 환율이 두배로 치솟아 대형 손실을 입게 되었다.

그는 신용을 지키기 위해 수입계약을 취소하지 않고 손실을 감수했는데, 이를 알게 된 아우렐리오 몬테스 회장은 크게 감동하였고 두 사람의 우정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작년 한 해에 무려 87만병이 팔렸다고 한다.     

▲ 와이너리 입구 방문환영 팻말과 로비로 통하는 진입로

2002년 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FIFA 월드컵 조추첨 행사가 있었는데, 이 행사의 Main Wine으로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선정되면서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고, 이어서 2005년 부산에서의 APEC 정상회담 만찬주로 ‘몬테스 알파 엠 Montes Alpha M’ 이 선정되어 그 인기가 더욱 상승하게 되었다.

여기서 ‘M’은 창업자중 한 사람인 더글러스 머레이 Murray 의 이름 이니셜을 딴 것으로, 2010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머레이를 기리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 번의 대형사고에서 그를 지켜준 천사도 그를 암으로부터 지켜주기는 어려웠던가 보다.      

▲ 와이너리 2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평지와 산등성이에 산재한 포도밭

비냐 몬테스 Vina Montes는 1987년 칠레의 대표적 와인메이커 아우렐리오 몬테스 Aurelio Montes 와 마케팅의 귀재 더글라스 머레이 Douglas Murray가 뜻을 같이하여 시작되었고, 이어 파이낸싱 전문가 알프레도 비도레와 와인전문가 페드로 그란드가 합류하여 비냐 몬테스가 탄생한 것이다.

비교적 후발주자였던 몬테스는 와이너리 설계에 최신의 양조기법을 적용할 수 있었다. 가급적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 하기 위해 펌프의 설치를 배제하고 포도, 포도즙, 그리고 와인의 흐름이 중력에 따라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배치한 것이다.

이는 와인의 품질에 섬세함과 부드러운 타닌을 주게 되는 핵심적인 양조기법의 일부이다. 포도는 수확 직후에 포크레인으로 천정부에 있는 집하 장소로 모여지며, 여기서 포도알들이 줄기에서 분리되며 온전한 포도 알들만 골라져서 파쇄 과정을 거쳐 발효조로 낙하하게 된다.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를 탑재한 특이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지하 셀러로 반입되는데, 펌프의 사용을 배제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으로 볼 수 있다. 

▲ 와이너리 1층 VIP 와인 테이스팅 룸

몬테스 알파 카베르네 소비뇽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것은 종전의 와인과는 완전히 달랐다. 농축되고, 복합적인 향을 지닌 진중함은 세계 시장에서 즉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1987년은 칠레 최초로 프리미엄급 와인이 수출되는 큰 계기를 마련했고, 이를 기점으로 칠레의 다른 와인메이커들도 품질향상의 대열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몬테스는 뒤이어 샤르도네, 메를로, 시라 등으로 제품군을 다양화하기 시작했고, 이는 곧 전세계의 레스토랑과 호텔, 고급 와인샵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프리미엄급 와인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한 것이다. 

보다 좋은 와인을 생산하기 위해 몬테스가 이룬 또 하나의 쾌거는 아팔타 Apalta 산의 급경사 비탈에 포도나무를 심고, 이어서 콜차구아 계곡에 시라 Syrah를 재배하기 시작한 일이었다.

그 결과는 놀라울 만큼 빨리 찾아왔다. 칠레 최초의 울트라 프리미엄급 Ultra-Premium 와인인 ‘몬테스 알파 M’이 탄생한 것이다. 전통 보르도 방식의 블랜딩인 이 제품은 1996년 출시되자 마자 선풍을 일으켰고, 뒤이어 100% 시라로 만든 ‘몬테스 폴리’ Montes Folly 가 2000년에 출시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까르미네르 Carmenere로 만든 ‘퍼플 엔젤’ Purple Angel 이 2005년에 출시되면서 최고급 칠레와인의 진면목을 여실히 증명해 주었다. 그동안 저가의 와인으로 취급받던 칠레 와인의 위상을 몬테스가 완전히 바꾸어놓았고, 칠레의 다른 와이너리들은 몬테스를 밴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아 포도재배와 양조기법의 개선을 통해 품질향상을 추구할 수 있게된 것이다. 

▲ 몬테스 와이너리 입구 그늘막 아래 놓인 앤틱 차량 한대

몬테스는 2000년부터 보유하고 있는 모든 포도밭에 통합 영농관리방식을 적용해 왔다. 병충해, 질병, 포도밭의 천적 등에 대한 지속적인 기록과 모니터링을 통해 살충제, 비료, 관개를 최소화하는 지속가능 영농을 실천하고 있다.

포도밭의 60%는 포도나무들 사이에 식물들이 자라나게 하는 자연덮개방식을 적용해 토양의 경화와 침식을 방지하며, 점적 관개 방식을 적용하여 물의 사용을 최소화하는데, 이렇게 절약한 물의 양은 인근 3,200 가구가 사용하는 연간 물 사용량에 준한다. 

수확 직후에 버려지는 포도줄기 등 폐기물을 자연퇴비로 만들어 무기비료 사용을 30% 정도 줄이는 성과도 보였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친환경적 농법을 적용하는 지속 가능한 영농방식이야말로 모든 와이너리들이 지켜야 할 기준이 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며, 이런 점에서 몬테스의 행보는 훌륭한 귀감이 될 것이다.   

안데스 산의 발치 아래 콜차구아 밸리의 중심부인 아팔타 Apalta에 자리잡고 있는 몬테스 와이너리를 방문하여 그들의 포도재배와 와인양조 철학을 설명 듣고, 다양한 와인을 시음할 수 있었다.
 

김욱성은 경희대 국제경영학 박사출신으로, 삼성물산과 호텔신라에서 일하다가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어 프랑스 국제와인기구(OIV)와 Montpellier SupAgro에서 와인경영 석사학위를 받았다.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방문하였으며,현재 '김박사의 와인랩' 유튜버로 활동중이다.

소믈리에타임즈 칼럼니스트 김욱성 kimw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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