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박사의 와인랩' 요즘 가장 핫한 와인 유튜브 중 하나이다.

직접 세계 25개국 400개 와이너리를 다녀온 와인칼럼니스트 김박사가 들려주는 와인꿀팁을 '김박사의 와인랩'에서 만나 볼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두고 떠난 세계 여행 그리고 와인이 바꾼 인생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와인이 좋아 세계 여행을 떠났던 김욱성 박사를 만나보자.

▲ 샤또 슈발블랑 로비에서

어떻게 와인의 세계에 발 딛게 되었나?

90년대 중반 삼성연수원에서 영어교육을 담당하면서 외국인 강사채용을 겸하게 되어 주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영어강사를 면접하고 채용해왔는데, 우수 강사들은 현지의 고급 식당으로 초대하여 최고의 음식과 와인을 대접하며 한국으로 오도록 입사를 권유하는 것이 주요업무였다.

자연스럽고 우호적인 대화를 이끌어가는데 와인은 가장 좋은 주제였다. 그날 마실 와인을 사전 조사를 통해 정하고 파악한 후, 스토리텔링을 하면서 함께 식사를 하게 되면 짧은 시간내에 친밀감과 신뢰감이 형성되어 2~3년 정도 한국체류를 결정을 흔쾌히 이끌어 낼 수 있었다. 90년대만 해도 외국에서 한국을 보는 시각은 당장이라도 북한과 전쟁이 날 것 같은 그런 위험국으로 잘못 인식되었기에 생각을 바꾸어주고 마음을 열게 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그때부터 와인은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놀라운 힘이 있다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고, 국내로 들어 온 영어강사들과 자주 와인을 함께 마시며 그들의 고충사항도 들어주고 보살펴 주는 친구가 되어 줄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와인에 빠져든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호텔 신라 마케팅 판촉팀장으로 부임하면서 주한 외국대사관, 다국적 기업의 VIP들과 다양한 교류를 하고 고급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와인의 세계에 깊이 빠져들게 되었다.

와인관련 전문성은 어떻게 쌓았나?

2002년 호텔 신라에서 일하면서부터 깊이 있는 와인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와인관련 교재와 서적을 20여 권 독학한 후 강남 와인나라 아카데미에서 3개월간의 소믈리에 마스터 과정을 수료하면서 와인이론과 소믈리에 실무과정을 익힌 후 사내 와인동호회를 만들어 5년간 회장을 지내며 동호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와인 강좌를 진행하기도 했다.

2012년 나라셀라 계열의 PDP 와인㈜으로 회사를 옮겨 WSA와인아카데미 운영을 맡았으며, 공부도 계속하여 WSET Level 3를 취득하였다.

▲ OIV졸업식, 장 마리 OIV회장과 함께, 사진가운데(김욱성)

지난 7월에 발표된 World's Best 50 Vineyards(세계 최고의 와이너리 50선)은 세계적인 와인전문가와 여행전문가들이 전 세계 1,500개의 유명 와이너리에 대한 투표를 실시하여 최종선정되었는데, 이중 21곳의 와이너리를 OIV(국제와인기구) 학위과정 중 방문하였다. 이를 보더라도 OIV 프로그램이 얼마나 방문 대상 와이너리를 엄선하는지 알 수 있다. 

▲ 샤또 디켐 셀러

해외에서의 와인관련 학위과정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 2015년 프랑스 파리 소재 OIV에서 운영하는 OIV 와인석사과정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 과정은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독일을 비롯 전 세계 와인을 생산하는 25개국의 400 여개 와이너리와 100여 개의 와인관련 대학과 와인교육기관, 와인센터, 판매현장을 돌아보며 공부하는 현장 학습중심의 석사학위과정으로, 약 400일간 유럽, 남미, 남아공, 아시아를 돌면서 여행하는 가장 여행경험에 집중되어 있는(Travel Intensive) 과정으로 알려져 있다.

▲ 스페인 프리오랏의 석양

UC Davis 와인마케팅 과정(2주), 몽펠리에 대학원 와인전문가 과정(4주), 부르고뉴 대학 포도재배 및 양조학(1주) 가 포함되며, 그 외에도 각 방문국별로 와인관련 협력관계를 맺은 자매대학에서의 와인 수업도 포함된다. 이 과정을 졸업하면 WSET 디플로마 취득자와 동등한 자격을 인정 받으며 마스터오브와인(MW, Master of Wine)에 바로 도전할 수 있다.

OIV석사과정의 학생은 프랑스인이 80% 정도로 구성되며 수업이 불어와 영어로 진행되므로, 입학 인터뷰시 영어, 불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졸업생이 나를포함 단 2명뿐인데, 언어장벽이 높은 것이 큰 이유라 생각된다. 

▲ 우유니사막에서 OIV 동료들과 함께

와인과 관련된 경력이 있는가?

국내 3위의 수입사인 나라셀라의 계열사인 PDP와인(지금의 탑클라우드 코퍼레이션) 상무로 재직한 3년 동안 와인교육사업(WSA와인아카데미)을 운영하면서 와인교육 및 콘텐츠 개발, 스토리텔링 와인 강의, 대학 및 연수원 와인강의 활동을 하였으며, 유럽에서의 와인 유학을 끝내고 귀국 후에는 서울숲 와인아울렛에서 부사장으로 일하며 와인수입 및 매장에서의 와인판매 및 와인 어드바이저 실무를 익혔다.

서울숲 와인에서 주최하는 와인 마스터 코스를 개발하여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와인교육을 주관하고 주임강사로 활동했다. 지금은 와인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방문했던 와이너리 소개와 스토리텔링 중심의 와인칼럼을 쓰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 중이다. 

유튜브 방송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그동안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지인들 대상으로 다양한 와인교육이나 와인모임을 진행하였는데, 이런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들을 유튜브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의견에 따라 약 한 달 전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 유튜브 '김박사의 와인랩'

사실 와인은 일반적인 주제가 아니기에 구독자수와 조회수는 매우 제한적이라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 어려운 실정을 잘 알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단지 해외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학습내용, 와인전문가 인맥들을 통해 터득한 재미있는 와인 스토리들을 자연스럽게 물어내며 쉽고 편하게 와인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안내하는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해 보는 것을 목표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게 되었다.

왜 와인이란 주제에 포커스하게 되었나?

와인에는 네 가지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 미식, 축제, 지식이라는 관점에서 여타 술과 다르다고 본다.

▲ 앙리부르주아 포도밭

첫째, 와인은 수천년의 역사성을 지니고 서양문화의 한 부분이 되어왔던 덕분에 신화와 전설, 역사, 종교, 일화, 에피소드와 연결된 수많은 스토리텔링의 소재를 담고 있다. 포도품종과 와인의 이름, 우연한 발견을 통한 특별한 와인 스타일의 탄생, 라벨 뒤에 숨겨진 놀라운 와인 비사, 숨겨진 야사 등은 오랜 와인 역사 속에 녹아있는 문화적 콘텐츠의 일부이다.

보물처럼 숨겨진 그런 이야기를 공유하고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은 와인이 주는 큰 묘미이다.

둘째, 와인은 음식과 함께할 때 빛나기에 미식의 관점에서 특별함이 있다. 요리사의 훌륭한 요리에 와인이 곁들여졌을 때 우리는 최고의 행복감을 느낀다. 와인은 품종 별로 풍미의 특성이 달라서 음식에 맞는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특별한 이벤트에 따라서, 또는 우리의 호주머니 사정에 따라서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선정하고 함께 즐기는 과정은 항상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모험적이기까지 하다.

식전에 가볍게 마시는 아페리티프, 본식과 어울리는 식사용 와인, 그리고 식후의 디저트 와인은 음식과 함께하는 진정한 미식경험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야외 테라스에서의 가벼운 스파클링 한잔으로 삶의 에너지가 충만해지기도 한다.

셋째, 와인은 축제와 이벤트를 떠올리게 하는 주제이다. 대나무가 높이 자랄 수 있는 것은 중간 중간 마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이 무료하지 않고 즐겁기 위해서는 축제와 이벤트가 필요한 이유이다. 삶을 즐기는 서양에는 다양한 축제문화가 있다. 다양한 와인행사, 친구와 함께하는 와인파티, 사랑하는 사람과 촛불 아래서 함께하는 와인식사, 단풍 드는 야외에서의 와인 피크닉 등은 건조하기 쉬운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훌륭한 도구이자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넷째, 와인은 지식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주제이다. 와인은 아는 만큼 느끼게 된다. 와인을 마시면 조금씩 알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 품종별 차이점, 주요 산지별 특성, 와인 스타일별 향의 차이, 유명 와인메이커와 잘 알려진 와인 브랜드, 와인시음 기법, 향과 맛을 표현하는 방법, 양조방법에 따른 차이뿐 아니라, 어디서 어떻게 구입하고 보관하며 즐길 것인가에 대한 것은 모두 와인 지식의 측면으로, 오랫동안 와인을 마셔온 사람들은 방대한 지식을 축적해 갈 수 있다.

취미 중에서도 매우 고상한 취미로, 초보와 고수 사이에는 엄청난 지식의 차이를 느낄 수 있기에 마니아 층이 두텁게 형성되어있다. 

▲ 샤또 피숑 롱그빌 바롱

다른 와인관련 유튜브와 어떻게 다른가?

현재 해외와 국내에 많은 유튜버들이 활동 중이다. 다루는 주제는 대부분 와인을 시작하는 초보자의 니즈에 집중되어있다. 주로 가성비 와인의 추천, 입문자가 알아야 할 와인 기초 상식, 주요 품종별 특성 설명, 이슈가 되고 있는 특정 와인의 시음 등에 치중되어있다. 해외체류 경험, WSET 디플로마 보유, 와인 매장에서의 오랜 판매경험 보유 등의 배경을 가지고 나름 자진의 영역을 넓혀가는 유튜브들이다.

필자도 와인학원 운영과 WSET 과정 강의경험, 와인매장에서의 고객응대와 와인추천 경험을 토대로 하고 있으며, WSET Level 3 와 프랑스 OIV(국제와인기구)와인 경영 석사학위를 보유하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전 세계 400군데가 넘는 와이너리 방문을 통한 생생한 현지 경험과 해외 와인전문가들과의 폭넓은 교류를 통한 해외 와인시장 트랜드에 대한 이해 등은 다른 유튜브들과는 콘텐츠 측면에서 차별성을 가져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 와인유학을 통해 습득한 방대한 자료와 2만 장이 넘는 와이너리 현장사진 등은 귀중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 독일 VDP에서 젠시스 로빈슨와 함께

와인 유튜브로 수익성이 날 수 있을까?

와인이란 주제로 돈을 벌기는 사실상 어렵다. 와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 인구의 5% 정도도 안될 것이라고 본다. 대중적 주제가 아니기에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기 어렵고 조회수를 수백만으로 증대하기도 어렵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인 유튜브들은 자신의 귀중한 경험을 공유하고 몇 년간 자신만이 알던 꿀팁이나 노하우를 함께 나누기 원한다.

그나마 이런 기본적인 와인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유튜버들은 그저 고맙게 생각하고 본전 생각 없이 유튜브를 제작하고 있다. 공유와 나눔은 언제나 멋진 말이다. 약간의 희생이 따를지라도, 세상에 남길 수 있는 자신의 조그만 족적이라 생각하고 쉴 새 없이 찍고 밤새도록 편집작업에 매달리기도 한다. 구독과 좋아요, 그리고 격려의 댓글 하나로 용기백배가 된다.

앞으로의 운영방향과 비전은?

유튜브 시작한 지 한 달 반 정도 되어 열 편을 제작하였고 약 900명의 구독자가 생겼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대중적인 관심을 끌 수 있는 가성비 와인 추천, 선물와인 추천, 남은 와인 보관 꿀팁 등 기본적인 내용을 만들어 구독저변을 확대하는 단계에 있다. 앞으로는 와인을 마시고 표현하는 방법, 주요 품종별 테이스팅 세션을 진행해갈 예정이며, 이후에는 이야기가 있는 와인 소개, World Best 와이너리 소개, 와인과 인문학, 등의 주제로 심화해 나갈 예정이다.

단순히 먹고 마시는 대상으로서의 와인이 아니라, 스토리텔링과 인문학 주제로서의 와인으로 발전시켜가고자 한다.

'김박사의 와인랩'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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