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날은 한자로 쌀 미(米)를 八十八(팔십팔)로 풀어 해석해서, 쌀을 생산하기 위해 818번의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담아 2015년 8월 18일에 지정되었다. 예전에는 88번 농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했던 것 같았는데, 언제부터 818번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늦었지만 이렇게라도 쌀의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쌀의 날’은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른 해보다 훨씬 우리의 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보이콧 재팬’ 운동의 여파로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 추청(아키바레), 한눈에 반한 쌀(히토메보레) 등의 일본 쌀 품종 대신 우리의 맛있는 쌀을 먹겠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필자도 3년 전에 우리의 최고 품질벼 15종을 소개했었다. 그때 칼럼을 보셔도 되겠지만, 그 후 최고품질 벼로 등록된 품종이 더 늘어서 다시 정리했다.

▲ 밥쌀용 최고 품질 벼

이외 농진청이 아닌 지역 농업기술연구소에서 개발한 쌀 품종 중 ‘진상’, ‘맛드림’과 같은 쌀도 매우 밥맛이 우수하다.

육종학자들이 10여 년 정도 연구해야 하나의 쌀 품종을 개발할 수 있다. 이렇게 애써 개발했는데, 그중 우리가 마트에서 본 적이 있었던 쌀 품종이 얼마나 될까? 아마 삼광, 영호진미 정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3년 전 칼럼에서 작명이 제일 훌륭하다고 칭찬했던 ‘하이아미’는 점점 그 재배면적이 줄어 요즘 찾아보기 어려운 품종이 되어 버렸다. 그 외 품종들 대부분 다 찾아보기 쉽지가 않다.

최고품질의 벼가 무려 18종이나 되는데 우리 벼 재배면적 중 고작 25%만 차지할 뿐이고, 이 역시 반 이상은 ‘삼광’이니 나머지는 한 품종당 재배면적은 1% 수준이다.

고시히카리, 추청을 뛰어넘겠다는 이야기는 항상 듣는 이야기다. 그러나 밥맛 좋은 우리 쌀을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 세금으로 좋은 쌀을 개발만 하고 그다음은 손 놓고 있는 관계자, 재배하지 않는 생산자, 수매하지 않는 유통업자, 사 먹지 않는 소비자? 참고로 소비자는 죄가 없다.

지나가는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라. 요즘 난리 난 ‘샤인 머스캣’ 포도는 알아도 위 품종을 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될지 말이다.

최근의 식문화 트렌드의 키워드를 살펴보면 ‘새벽 배송’, ‘밀 키트(Meal-Kit)’, ‘집밥’, ‘온라인 푸드 마켓’, ‘친환경’, ‘이유식’, ‘케어 푸드’ 대충 이런 단어들이 있다. 소비자들이 밥을 먹지 않는 것이 아니다. 그 패턴이 변화하고 있는데, 쌀 산업 관계자들은 그것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지난달 CJ가 ‘햇반 밥솥 교환 캠페인’을 했었다. 집에 있는 밥솥을 가져오면, 1년 치 햇반을 준다는 것인데, 대대적인 홍보로 인해 지방에서까지 올라오는 등 그 인기가 대단했다.

이것만 봐도 우리는 여전히 밥을 좋아하고 먹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쌀로 밥을 지어 먹는 것보다 그냥 햇반을 먹는 것이 편하고 맛있다고 여긴다면 밥맛이 간편성에 이기지 못한 것이다.

조금 수고스러워도 정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즉석밥을 먹을까

필자는 집에서 밥 짓는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말하지만, 이 쌀이나 저 쌀이나 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느낀 소비자들이 햇반이 맛있다고 여긴다면 맛있는 햇반을 개발한 연구원을 칭찬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햇반이 일본산 취반 설비에서 ‘일본산 미강 추출물’을 사용해 만들어지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말이다.

이쯤 되면 세계 최고의 밥솥 브랜드인 쿠쿠나 쿠첸에서 햇반과 밥 대결을 펼치는 이벤트를 해도 재밌을 것 같다. 좋든 나쁘든 이슈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일본의 예를 들고 싶진 않지만, 일본은 8월 8일이 ‘쌀의 날’이었다. 하지만 점점 소비자들에게 잊히자 8월 8일, 8월 18일, 8월 28일로 늘어났고, 결국 매달 8이라는 숫자가 들어가는 8일, 18일, 28일 모두가 쌀의 날이 되는 실정이다.

8월 18일이 쌀이 날이 되어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지금 이맘때 쌀 품질이 가장 나쁘다는 것이다. 물론 잘 관리되는 RPC는 아니겠지만, 필자가 볼 때 아직도 만족스럽지 못한 RPC가 많다 보니, 9월 햅쌀이 나오기 전의 쌀이 가장 건조하고 품질이 나쁘다.

잘 보관한다고 해도 쌀의 수분을 매월 측정해보면 9월 햅쌀 이후 매월 0.1~0.2% 정도 수분함량이 떨어지는 곳이 대부분이다.

가정에서 쌀이 보관되는 기간은 아무리 길어야 고작 1달 정도다. 가정에서 쌀 보관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정작 쌀 보관이 더 중요한 곳은 RPC와 유통채널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쌀 보관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하겠다.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칼럼니스트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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