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 개정안과 관련하여 마스터블렌더 이종기 명인은 "종가세 제도는 한국을 수입 주류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며, "자국산이 역 차별되는 기현상이 제대로 일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현행 제도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며 "종가세 제도로 인하여 좋은 국산 원료를 사용한 세계 명주를 탄생시키는데 큰 장애를 겪고 있다"고 불만을 전했다. 

다음은 이종기 명인의 주류 종량세 제도에 대한 글 전문이다.

지난 2월 22일 기재부에서 ‘전 주종의 종량세 전환 방안’을 검토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현 종가세제는 주세가 국가 운영의 주요한 조세원으로 간주하고 고급주류를 사치품으로 보던 저 개발 국가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리하여 대량 생산하여 생산비가 저렴한 주류가 주세를 덜 내게 되었다.

현 종가세하에서 주종별 주세율은 실제 부과되는 주세액과는 다르므로 자세히 모르면 주세율이 공평한 것처럼 착시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세율 72%인 희석식 소주(알콜 농도 17%) 360ml 한병에 부과되는 액수는 대략 300~400원인데 비하여, 주세율 15%인 국산 과일주 375ml(알코올 농도 12%)에는 1,000원 ~ 3,000원 이 부과된다.

국산 과일의 가격은 (발효성 당을 비교할 때) 수입 타피오카에 비해 같은 중량일 때 수십배에 달하며, 생산 및 판매 배송이 대량인 대 기업형 주류 회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과실주의 주세율이 “Zero”인 국가들도 여러 나라인데 한국에서는 국산이 너무나도 역차별되고 있다.

종가세 제도는 한국을 수입 주류 천국으로 만들고 있다. 국내에서 같은 소비자 가격으로 판매되는 맥주나 과실주는 수입산 보다 국산 제품이 2~5배의 주세를 더 낸다.

유리처럼 들여다 보이고, 전산화 되어 있으며, 통제되는 국산 주류는 과세 표준이 실제 생산, 홍보, 판배, 배송 등 총 금액이지만, 수입 주류는 신고하는 금액으로 부과 된다. 버젓이 국내에서 마케팅 및 판매 배송 활동을 활개치고 하건만 그 부분에 대하여 주세를 전혀 내지 않는다. 실로 통탄할 일이다.

자국산이 역 차별되는 기현상이 제대로 일어나는 것이다.

필자는 2009년 전통주등 진흥에 관한 법률을 입안할 때 여러 자문을 한 적 있는데, 그 때는 종량세 제도에 대하여 지나치게 공감대가 낮아, 부득이하게 GATT 예외 규정인 “국가의 고유한 전통 유지” 조항을 들어 세율을 50% 낮춘 전통주 진흥 제도를 도입하도록 노력 했다.

그러나 이것은 임시방편이며 수입 주류나 대량 유통되는 값싼 수입산 원료로 제조한 국내 술에 비하여 전통주가 불리한 처우를 받는 점을 완전히 해소한 제도는 아니었다. 전통주에 절대 세액을 높이 매기는 현행 제도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전통주는 태생적으로 생산원가가 높은 국산 농산물로 제조하므로 가격이 높은 대신 품질을 높게 설정해야한다.

전통주 진흥법이 탄생될 무렵 국산 쌀 잉여 문제의 해결책으로 국가에서 막걸리 산업을 진흥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과 그 때를 비교해 보면 전통주가 갈 방향이 뚜렷하다.

2010년경 일본으로 수백 콘테이너의 막걸리가 수출되었는데 품질문제로 수십퍼센트가 반송되었으며 지금은 거의 수출량이 미미하다.

동기간에 몇 팔레트 수입되던 일본 사케는 수입량이 수백 배로 늘어났다. 작은 시골 읍면에도 사케 주점이 생겨났다. 10여년 동안 수천 억원의 시장을 형성했던 값싼 복분자주와 약주 시장이 지금은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전통주는 품질 본위로 나아가서 당당하게 세계의 술들과 경쟁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종가세 제도하에서는 영세, 소규모 전통주 업체에게 주세 행정에 소모되는 인력이 대규모 업체나 외국 양조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매우 커서 불리하다.

종량세 제도하에서는 재료나 물류비등 가격에 관련되는 업무는 불필요하게 될 것이다.

종량세제는 주류를 조세원으로 보는 관점에서 국민 복리 후생 관점으로 보는 선진화된 제도이다. 주류의 향 정신적, 기호성 식품으로서 사회적 경제적 역할이 공평하게 평가 되는 제도이다.

술은 적절히 음용될 때 개인과 사회를 풍요롭게 하고, 농업과 문화 관광을 지지(Supporting) 하는 중요한 산업이다.

술의 경제 사회적 기여(개인과 집단의 정신적 효용은 측정하기 어려움)와 과음 과 부적절한 음주에 의한 사회 간접비용 (음주 후 사고나 알콜 중독등 처리 비용)을 평가하여 국가가 주류 행정을 펼쳐야 하는 관점에서 중요한 제도이다.

일각에서는 제도 개편시 “전통주는 제외해야 한다 또는 전통주는 단계적으로 종량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우선 전통주가 특혜를 받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주세를 더 내고, 여러 가지 제한을 받으며, 매번 가격적 요소를 따져야하는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전통주는 보호받는다는 인식에 저품질이라는 인식까지 덮어쓰고 있어 한층 불리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금년으로 40년 동안 좋은 술을 만들고 건전 음주 문화를 조성하며 술과 농업을 원래대로 일체화시키기 위하여 고민하며 노력해 왔다. 종가세 제도로 인하여 좋은 국산 원료를 사용한 세계 명주를 탄생시키는데 큰 장애를 겪고 있다.

문경에서 오미자와 사과로 와인과 증류주를 10여년 제조 및 판매 하면서 전통주 산업의 실상을 경험으로 체득한 사실이다.

종량세제도는 한국산 술 산업이 농업과 지역을 이끌어갈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해 줄 수 있는 제도이다. 늦었지만 주류 종량세 제도를 두 손 들어 환영한다.

소믈리에타임즈 김동열 기자 feeeelin@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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