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길이가 같고 추위와 더위가 같은 춘분(春分)이 찾아오고 있다. 봄을 알리는 대표적인 꽃 벚꽃보다도 먼저 일찍 봄을 알리는 매화(梅花)

추운 날씨에도 굳은 기개로 피는 하얀 꽃과 은은하게 배어나는 매향(梅香)이 필자는 벚꽃보다 매력적인 봄을 알리는 꽃이라 말하고 싶다. 아울러 색에 따라 희면 백매(白梅), 붉으면 홍매(紅梅)라 부른다. 6월쯤이 되면 열매를 맺어 상큼하고 달콤한 매실도 맺는 고마운 꽃이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던 늦은 오후, 논현동 주지육림에서 가까이 지내는 지인과 아직 피지 않은 벚꽃나무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이런저런 소란스런 사건들로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떠오른 매화로 만든 한잔 술을 권했다.

▲ 매화주 ’술아’ / 프랑스 르와르 쉬농지역 로제와인 ‘Jean-Maurice Raffault, Chinon Rose 2017’

술아원에서 생산하고 있는 매화 꽃잎을 넣어 현대적으로 만든 과하주 ‘술아’

매화를 닮은 연분홍 꽃잎 색의 은은한 매화 꽃 향이 매력적인 과하주이다.

과하주란 지날 과(過), 여름 하(夏), 술 주(酒) 자를 사용하며 여름을 보낼 수 있는 술이다. 혼양주류의 하나로 동양권에서도 우리나라만의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지고 있는 전통방식의 술이다. 비슷한 예로 포르투갈의 포트와인도 있지만 100년 앞선 조선최고의 명주라 알려져 있다. 곡식과 누룩, 물을 재료로 발효시킨 술에 따로 빚어 증류한 소주를 넣어 재차 발효 후 숙성시킨다. 과하주의 참맛과 향을 즐기기 위해 덧 술을 붓는 시기를 각 양조장에서 조절한다.

누룩 향과 은은한 매화향이 자연스레 눈을 감게 하고 입안에서 강렬하게 퍼지는 달콤함은 피곤이 사라지는 것만 같다. 이후 비강을 타고 올라오는 알코올의 느낌은 거부감이 없고 매우 자연스럽게 천천히 사라진다.

▲ 주지육림 봄나물꼬막무침

이 좋은 매화주와 함께 할 요리로 오늘 새벽 벌교에서 가져온 싱싱한 꼬막을 깨끗이 해감 하여 삶아내 껍질을 벗겨 향긋한 봄나물과 함께 직접 만든 매실 고추장 양념장에 무쳐 내어 드렸다.

이 둘을 함께하니 고추장의 매콤함과 매실의 달콤함 그리고 매화주의 향긋하고 고급스런 풍미는 지극히 한국적이며, 마치 조선시대 양반가들이 먹고 마시며 즐기는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싶다.

한잔의 와인도 곁들이면 좋겠다는 지인의 말에 추천해드린 와인

한창 제철인 싱싱한 딸기를 깨끗이 씻어내어 먹기 좋게 담아내고 프랑스 르와르 쉬농 지역에서 까베르네프랑 품종 100%로 생산하는 ‘Jean-Maurice Raffault, Chinon Rose 2017’ 을 적절하게 칠링 한 후 잔에 따랐다.

옅은 핑크 빛의 와인 색과 신선하게 풍기는 붉고 검은 과실의 향과 상큼한 오렌지 필 적당히 익은 매실의 향 아직 완벽히 피지 않은 신선한 장미의 꽃 봉우리의 뉘앙스가 느껴지며, 향에서 기대하지 않은 확실한 드라이함은 입안을 먼저 반겨주며 그 여운을 잊기도 전에 레드품종의 포도에서 느껴지는 힘은 두 번째 감동을 안겨준다. 이 와인의 신선함은 80%의 프레스 주스(Press Juice)와 20%의 프리런 주스(Free Run Juice)를 사용하기 때문이며, 자연효모를 이용한 저온발효법을 사용하여 생산된다.

봄비가 멈추고 꽃샘추위가 지나가면 곧 완연한 봄이 찾아온다. 그 전에 곧 스쳐지나갈 지금의 서늘한 봄 날씨의 순간에 어울리는 봄철 안주와 매화주, 쉬농의 로제와인을 즐기며 따뜻한 봄을 기다리길 추천한다.

그 계절에 어울리는 음식과 술을 찾아 즐기며 좋은 사람과 다음 계절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한 풍류(風流)가 뭐가 있을까.
 

소믈리에타임즈 김소희 칼럼니스트 jujiyugr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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