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희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고령에 박사학위를 받는 사람이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올해로 고희(古稀, 70세)를 맞은 김금정 박사다. 그녀를 만나 늦은 나이에 학업에 도전하고, 또 결국 성취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오이지 연구로 70세에 박사학위 취득한 김금정 박사

Q. 70세 고령에 박사학위를 취득하셨습니다. 아무리 요새 100세 시대라 하지만 60대에 학업에 도전하기란 어려울 것 같은데요. 학업을 포기하지 않은 계기가 무엇입니까?

저는 1968년 경기여고를 졸업했습니다. 그 당시 경기여고는 서울대학교와 비교될 만큼 높은 학업 수준의 학교로 사회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전국에서 최고로 공부 잘하는 인재들이 모인 거로 유명했었고, 졸업생들은 거의 유명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당연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이 중단되었고, 대입시험에 응시도 하지 못한 채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무역회사에 입사해 다니다가 남편을 만나 결혼할 때도 대학공부를 지원한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야 승낙을 할 정도로 대학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그러나 결혼생활은 나의 꿈과 같이 녹록지 않았습니다. 살림살이를 꾸려나가는 일,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일 등 여러 가지 가정사로 학업의 꿈은 점점 멀어졌습니다. 나이가 60에 가까워져 학업은 기억 저 너머로 사라질 즈음, 사회교육원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교육원은 대입시험 없이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경희대 사회교육원에 입학하였고, 학부에 이어 석사, 박사까지 끝내게 됐습니다. 총 12년이나 걸렸네요.

Q. 늦은 나이에 공부하시면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간혹 자기만족을 위해 나이 들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기회를 뺏어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분이 더러 있었습니다. 이분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 더욱 공부를 열심히 해야만 했고, 결국 우수한 학업성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45년 만에 대한 통계는 분명 한국어로 강의를 하는데도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졸업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97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습니다. 그게 어떤 선례가 됐는지, 이후로 만나는 후배마다 저 때문에 교수님들께 힘들단 말씀도 못 한다고 원망을 종종 듣습니다.

Q. 이번에 연구하셨던 주제가 무엇입니까? 발표 연구에 대해 간략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 저염 오이지의 염분농도와 발효 기간에 따른 품질 특성 및 저장성에 관한 연구 <사진=김금정>

​이번 연구의 주제는 ‘저염 오이지의 염분농도와 발효 기간에 따른 품질 특성 및 저장성에 관한 연구’입니다.

오이지는 여름 장마철 배추 출하가 어렵고 값이 비쌀 때 김치 대용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던 전통발효 침채류입니다. 저장수단이 없던 시절, 오래 품질을 유지하려고 고염도로 담갔는데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입맛에 맞지 않아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 전통음식을 건강 지향적 식생활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저염과 저나트륨 오이지로 제조할 수 있는 새로운 제조 기준과 방법을 제시함으로써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이 되고자 했습니다.

또한 저염식이 요구되는 경우를 위해, 우리 생활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함염식품인 함초와 다시마를 이용해 저나트륨 오이지 제조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실험온도를 전통적 발효방법인 상온에서 함으로 식품을 대량생산하는 제조업체뿐 아니라 저온시설이 없는 소규모 외식업체 및 가정에서도 손쉽게 제조할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Q. 늦은 나이에 공부하기를 주저하고 있는 분들께 하고 싶은 말은?

공부는 지식을 쌓기 위함만이 아니고 과정에서의 인격의 도야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학문은 진리이며 진리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야 한다는 명제가 있습니다. 진리를 얻는 일은 나이와 상관이 없습니다. 저의 경우, 진리를 추구하는 그 열정 때문에 정신도 육체도 더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하고자 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박사라는 자격을 가지고 어떤 일이든 인간 삶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제 전공을 살려 전통식품을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춰 재해석한 건강발효식품의 보급에 힘쓰고, 나날이 바쁘고 복잡해지는 현대인들의 삶을 위한 간편식을 위한 새로운 건강 소스 및 테이크아웃(Take-out) 식품 개발에 힘쓸 것 입니다.

Q. 마지막 하고 싶은 말씀은?

모든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꿈을 꾸십시오. 그리고 그 꿈을 향한 당신의 현실적인 노력을 계속하십시오. 그러면 그 꿈은 언젠가 당신을 꿈꾸던 그 자리에 서게 할 것입니다. 또한 뜨거운 열에 달궈지고 많은 망치질과 담금질을 겪어낸 기구만이 오래도록 인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명품이 됩니다.”

제가 박사학위까지 오기에는 많은 스승님들의 도우심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경희대 사회교육원에서 저를 대학원으로 이끌어 석사과정을 하도록 독려하시고, 또 많은 나이 때문에 박사과정 앞에서 망설이는 저의 자신감을 강력히 끌어올리시어 도전하도록 일깨워 주시며, 어려운 일에 부딪쳐 힘겨워할 때마다 위로와 격려로 다시 도전할 힘을 주신 경희대 고재윤 교수님의 은혜는 무엇으로도 갚을 길이 없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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