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브 노트 스물일곱 번째 주인공 '에파조테' <사진=watashiwani>

전 세계에 존재하는 허브들은 무수히 많다. 파슬리와 민트같이 우리의 일상 속에 완전하게 자리 잡은 허브들도 있지만, 이런 게 있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생소하기만 한 허브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이런 허브들은 왜 우리의 기억 속에 사라져가는 걸까? 모든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한 허브만큼은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이번 허브노트의 주인공은 ‘에파조테’다.

에파조테는 약 높이가 1.2m에 이르는 잎이 무성한 다년생 식물로 짙은 초록색의 길고 가느다란 톱니 모양의 잎이 특징이다. 꽃은 초록색이고 아주 작으나 그 안에는 수천 개에 이르는 씨앗이 있다.

에파조테는 중부 및 남부 멕시코와 과테말라의 전통의약품 및 요리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허브다. 향 자체는 좋게 말하면 민트와 시트러스로 묘사되는 경우가 있으나 싫어하는 사람들은 휘발유, 표백제, 등유와 같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즉 맛이 강해서 과다섭취 시 불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대량으로 조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부분 우리가 고수를 사용하듯이 잘게 찢거나 썰어 마지막에 첨가하는데, 대표적으로는 ‘프리홀콩 요리(Frijoles de la olla)'라는 요리가 있으며, 우리가 좋아하는 멕시코의 케사디야가 이에 해당한다.

▲ 멕시코 사람들의 주요 식자재 중 하나인 프리홀 콩 요리에 많이 사용된다. <사진=Martha Silva>

수 세기 동안 인간과 가축에 장내 기생충을 치료하기 위한 전통 약초로써 사용되었는데 에파조테의 잎과 꽃을 이용해 차로 우려내 마시곤 했다. 또한, 장의 경련, 위와 간 문제에서도 사용되어왔는데 최근에는 에파조테를 과잉 섭취 시 독성을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밝혀져 현대 의학에서는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사람들이 에파조테 에센셜 오일로 인해 사망한 사례도 많았고 통증, 구토, 설사 그리고 심각한 위장염을 호소한 사람들도 많았다.

또한 에파조테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대안 할만한 다른 치료법들이나 대체 식품들이 많았고 그로 인해 위험을 감수하기에는 큰 메리트가 없었던 에파조테는 전통적인 요리 방법 말고는 사용되지 않는 역사 속에 남는 허브가 되었다.

분명 에파조테가 가지고 있는 매력도 있다. 고수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처럼 특유의 향이 우리에게 맞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고대 마야인들도 에파조테를 주요 식재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간이 변해갈수록 허브를 얼마나 다양한 방면으로 사용할 수가 있냐는 것이다.

파슬리, 민트, 바질 등은 자신의 장점을 통해 같이 발전해나갔고 다양한 현대 음식들에 스며들 수 있는 존재가 되었지만 에파조테 만큼은 특유의 강한 향은 고수가 자리 잡았으며 의학적인 효과 또한 다른 허브들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실정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잊힐 수밖에 없던 에파조테의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말았다.

에파조테 Fun Facts

▲ 에파조테가 '볼티모어 웜시드'라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사진=Lee Burchfield>

에파조테는 정말 다양한 이름들이 존재한다. 제수이트의 차, 스페니쉬 차, 아메리칸 구즈푸트, 아메리칸 웜시드, 볼티모어 웜시드, 비터 위드, 웜부쉬, 웜그래스, 웜시드 오일 플랜트 등등 다양한 이름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볼티모어 웜시드(Baltimore Wormseed)'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가 북미에서 100년 넘게 '웜시드 오일(Wormseed Oil)’의 생산의 중심지였기 때문이었고 이에 들어가는 것이 이 ‘에파조테’였다.

소믈리에타임즈 유성호 기자 ujlle0201@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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