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분야의 프랑스 최고 장인(MOF, 이하 모프) 파브리스 소미에(Fabrice SOMMIER). 경쾌한 빨간색 안경, 빨간색 바지는 멀리서도 그의 존재를 알아볼 수 있게 한다. 소믈리에로 일한지 무려 30년도 더 되었다고 하나, 겉으로 봐서는 그의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연륜과 경험은 인터뷰를 이어가는 내내 전해졌다. 진심으로 고객을 대하는 방법, 소믈리에의 정체성과 소명의식을 분명하게 갖고 있던 프랑스 최고 장인. 그가 전하는 소믈리에이자 모프의 삶을 알아본다.

Q. 소믈리에에게 필요한 역량 중 한 가지만 꼽는다면?

▲ 지난 10일 프랑스 치즈&와인세미나에서 강연중인 파브리스 소미에 소믈리에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호기심'이다. 소믈리에는 여러 방면에 능통해야 한다. 와인과 음식의 페어링은 물론이고 포도 재배와 와인 양조, 증류주, 서비스 방법, 고객의 문화까지 두루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뛰어난 소믈리에가 되려면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아야 한다. 호기심이 많아야 다방면의 지식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32년간 와인 업계에 있었고, 프랑스 최고 장인이 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새로운 와인이 궁금하다. 어제 저녁 식사에서 한국 와인을 처음 맛본 일이 흥미로웠던 것처럼 말이다. 호기심이 있다면 끊임없는 배움 속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Q. 2007년에 모프가 되었다. 모프가 된 후 변화가 있다면?

▲ 소미에씨는 모프가 된 후 오히려 프랑스 밖의 와인을 많이 마시는 데 집중했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보다 많이 고민한 후 말을 하게 된 것이다. 모프의 한 마디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다. 그래서 모프가 된 후에는 내 의견을 내놓기가 조심스러워졌다.

다른 하나는 모프가 되기 전보다 전 세계의 다양한 와인을 시음하는 데 많은 시간을 쓴 점이다. 물론 나는 프랑스 와인을 사랑하고 프랑스 앰배서더의 역할을 해야 하지만, 프랑스 와인을 알리려면 다른 와인을 아는 일도 중요하다. 그래서 프랑스 밖에서 생산되는 여러 와인들을 맛보려 노력하고 있다.

Q. 레스토랑에서 아시아인과 유럽인을 서비스할 때 차이가 있는지?

▲ "소믈리에는 고객의 선호를 예측해서 추천하기보다 먼저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사진= 소믈리에타임즈 DB>

대체로 아시아인은 호기심이 많다. 이들은 작은 산지의 와인도 궁금해 하는데, 이는 특정 지역보다 전 세계의 와인을 두루 접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프랑스인은 일상생활에서 프랑스 와인을 마실 기회가 절대적으로 많기에 프랑스 와인 선호도가 높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소믈리에의 역할은 레스토랑에 방문한 고객에게 기쁨을 주는 일이다. 그래서 고객의 선호를 예측해서 추천하기보다 먼저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시아인과 프랑스인, 혹은 유럽인의 특성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들을 서비스하는 일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다.

Q. 소미에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와인과 음식 페어링은?

루아르 가메(Gamay) 품종으로 만든 레드 와인과 포토푀(Pot-au-Feu)를 추천한다. 포토푀는 고기와 야채를 삶은 스튜로, 향이 강한 음식이다. 보통 사람들은 강한 음식에 강한 와인을 매칭하려 한다. 그러나 루아르 시농 지역에서 가메로 만든 중간 바디의 레드 와인과 포토푀는 좋은 궁합을 보여준다.

소믈리에타임즈 김지선기자 j.kim@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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