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채식주의라고 불리는 베지테리안은 허용하는 식품에 따라 페스코(Pesco), 락토(Lacto), 오보(Ovo), 비건(Vegan)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비건은 채식주의에서 가장 엄격하게 재료를 고른다. 이들은 고기와 생선은 물론이고 동물에게서 얻어지는 유제품과 알도 먹지 않는다. 나아가 어떤 이들은 꿀, 실크나 가죽같이 동물이나 곤충에게서 원료를 얻는 제품도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다이어트식이나 건강식의 개념으로 소개가 되고있으나, 외국에서는 동물권익이나 환경보호를 생각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비건베이킹 에세이에서는 앞으로 수 회에 걸쳐 비건 베이킹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려한다.

<1> 파리에서 본 비건

3년 전, 제과를 시작하면서, 평소보다 더 많이 밀가루와 설탕이 들어간 제품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차가 되자 슬슬 위장에 더 무리가 오기 시작했는데, 어릴 적부터 위장이 약했던 지라, 작은 양의 시식에도 위가 부대끼기 일쑤였다. 그 와중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알러지까지 있던 나는 점점 더 가려야할 음식이 많아졌다.

무엇을 먹던 예민하게 반응하는 내 몸을 보면서도 무엇하나 제대로 해줄 수 없는 환경(불규칙한 식사, 운동 부족, 야근 등)때문에 체중은 계속 늘었고, 그로인해 몸에 여러 이상 변화들이 왔다. 운동을 시작해보았지만, 식단에 큰 변화가 없는 나에게 운동은 잠깐의 효과만 있을 뿐, 크게 달라지는 건 없었다.

▲ 비건베이킹 제품 <사진=정채림>

그 즈음 엄마의 권유로 콩고기를 먹게 되었던 기억이 떠올랐는데, 비건이 베이킹으로 연결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조금씩 들게 되었고, 그러던 중 비건에 대한 자료를 조금씩 찾게 되었다.

미국 대학교 시절에 친한 친구들이 글루텐 알러지 때문에 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고 글루텐 프리 제품을 접하였던 것이 기억이 나면서, 한국에서의 비건 생활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꽤 많이 글루텐 프리와 비건 제품을 접했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비건이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아닌, 일상 속에 스며들어있는 것이여서, 어딜가든 비건이나 글루텐 프리 제품을 만나보기가 쉬웠던 것 같다.

비건 베이킹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일본 비건책과 미국 비건책을 구입하여 비교해보면서 각 나라의 비건에 대한 차이점도 조금씩 알아갔다.

그러던 중 2018년, 9월 좋은 기회로 파리와 런던으로 출장을 갈수 있게 되었는데,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의 비건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 유기농 제품 <사진=정채림>

파리에서 본 비건과 영국에서 본 비건은 너무나도 달랐다.

파리에서 10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지인에게 비건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블루 오션이지만 아직 크게 대중화는 되지 않았고, 조금씩 시장이 커지는 중이라며, 이러한 모습을 환경오염과 연관지어 설명해주었다. 유행처럼 붐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점점 사람들이 환경오염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면서 비건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했다. 여러 슈퍼를 다녀도, 비건에 대한 제품은 크게 많지 않았지만, 유기농 제품은 한국에 비해 눈에 띄게 많았다. 현재까지는 유기농에 더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파리는 아직 비건보다는 유기농을 선호하는 것일까?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실 유기농과 비건은 엄연히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건은 본인의 건강을 위한 선택인 경우도 있지만, 정말 음식이 몸에 맞지 않다던가, 나와 같이 특정 음식 알러지가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이와 달리 유기농은 모든 종류의 육류를 먹을 수 있고, 식사 제한도 없다. 다만, 좀 더 건강한 식료품이라는 이미지가 다른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 파리의 비건 페스티벌 <사진=정채림>

파리 체류 기간동안 비건 페스티벌과 지인의 소개로 비건 디저트와 요리를 파는 가게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운 좋게 방문한 비건 페스티벌은 규모가 꽤 컸다. 여러 로컬 비건 마켓들과, 한켠에서는 라이브 비건 요리 시연이 진행이 되었고, 음식뿐만 아니라, 비건 제품 또한 여러 가지 접했다.

비건 페스티벌을 보면서 꽤 많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방문 한 것을 보았고, 아이들을 위한 체험관이 따로 있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동반하여야 했기에, 필자는 참석하지 못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보면서 어느 나라든 아이를 위해 좋은 음식을 찾는 것 공통분모처럼 느껴졌다. 또한 비건이 음식에만 제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었던 여러 비건 제품들도 색달랐다.

가장 인기가 있던 비건 버거는 너무 빨리 재료가 소진되어 먹어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 페스티벌에서 비건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 <사진=정채림>

 

정채림 베이킹 전문가는 뉴욕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귀국 후 해외영업 및 통역 등으로 여러나라를 다니며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를 접하며 요리에 대한 꿈을 실현했다. 푸드 코디네이터 과정과 전문 베이킹 과정을 수료 후 베이킹 전문가로서 현재 라크렘제과학원(l'ecole patisserie LA CREME)에서 구움과자와 비건베이킹 강의를 하고 있다.

소믈리에타임즈 정채림 베이킹 전문가 stpress@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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