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잡곡으로 밥을 지으면 다 흰밥보다 건강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100% 잡곡만으로는 밥을 지어 먹지 않는다. 있다면 꽁보리밥 정도다. 이런 잡곡마다 어떤 특징이 있을까?

여기서는 어떻게 먹는 잡곡밥이 더 맛있고, 더 건강한지 알아보자.

1) 수수

아프리카가 기원으로 기원전 2,500년에 아라비아를 거쳐 인도지역으로, 4세기 초 다시 중국으로 전파되었다. 그 후 우리나라를 거쳐 일본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가 먹는 수수는 적자색인 찰수수로, 흰색의 메수수는 가축의 사료로 사용된다. 주요 찰수수 품종으로 황금찰, 남풍찰, 소담찰, 중모 4002 등이 있다.

수수라는 말은 한자어 `촉서(蜀黍)`에서 온 말이다. `촉서`의 중국식 발음이 `쒼쒼`인데 전라도 지방에서는 수수를 `쑤시`라고 하는 것으로 미루어, 수수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때 전라도 지방으로 들어왔다는 설이 있다.

▲ 수수의 영양성분 (100g 당- 품종에 따라 차이 있음)

찰수수는 거의 100% 아밀로펙틴이고, 메수수는 22~24%의 아밀로스로 조성되어 있다. 수수에는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 트립토판, 히스티딘을 함유하는 양질의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특히 히스티딘은 뇌에 작용하여 언어와 청각의 발달을 촉진하기에 어린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한 아미노산이다.

수수는 항산화력을 가진 페놀류의 타닌이 함유되어 독특한 떫은 맛이 나고, 느끼한 음식을 먹고난 후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게다가 고지혈증의 원인인 콜레스테롤 흡수를 최고 50%나 억제해, 아스피린과 비슷한 혈전 생성 억제 효과가 있다. 그래서 기름진 고기 요리에 매우 잘 어울린다.

밀가루보다 섬유소가 8배, 철분이 5배, 지질이 2.5배 더 많이 들어있고, 글루텐은 함유하고 있지 않아서 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의 대체식으로도 사용된다.

비타민 B군과 필수불포화지방산도 풍부하며, 특히 마그네슘의 경우는 백미보다 무려 5배나 많이 들어있다. 한의학에서는 체온유지, 위장보호, 소화촉진, 해독, 기침해고개선, 식욕개선, 종기 치료 등에 효과가 있어, 손발이 차거나, 소화기가 약한 사람에 좋다고 한다.

수수밥을 할 때는 전체 중량 중 10~50% 정도 넣고 밥을 지으면 좋다. 밥을 지을 때는 미리 충분히 불리거나 살짝 한번 데친 후 백미와 같이 밥을 짓는다. 압력밥솥이면 제대로 불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밥 이외에는 수수부꾸미, 수수팥떡 정도가 고작이었으나, 다양한 효과 등이 알려지면서 차, 국수, 죽 등 점점 더 응용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 수수 <사진=대한민국 식재총람>

2) 조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서 재배되는 가장 오래된 식량 작물 중 하나다.

7,000년 이전인 황하문명 때부터 중국에서는 조가 중요한 작물이었고, 4~5세기경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 후 다시 일본으로 전파되었는데 일본에서는 조가 가장 오래된 재배 작물이다.

조의 주성분은 당질이며, 단백질과 지질도 다른 곡물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파종 시기에 따라 봄조와 그루조로 나뉘고, 씨앗의 성질에 따라 차조와 메조로 구별한다.

차조는 찰기가 있으며 색상은 노란색과 녹색 두 가지다. 주요 품종은 황미찰, 삼다찰, 청실찰, 강해, 경관 2호 등이 있다. 이에 비해 메조는 열매가 굵고 끈기가 적다. 단백질과 지질, 무기질의 함량이 높지만, 도정을 하면 섬유질, 인산, 칼륨이 현저히 감소한다. 주요 품종은 다황메, 조황메, 삼다메, 황금조 등이 있다.

조는 병충해가 적어 농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기에 무공해작물로 재배된다.

▲ 조의 영양성분 (100g 당)

조는 잡곡 중에서 가장 부드러운 단맛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에 가면 조과자 와 조 단팥죽과 같은 명물 디저트가 남아있다. 조는 예부터 모유 수유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미네랄,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하며, 백미보다 비타민E는 5배 특히 철분은 10배나 함유되어 빈혈 개선에 도움을 준다. 조에는 그 외 베타알라닌, 베타카로틴, 루틴, 비타민B군 등이 함유되어 있다.

한방서인 ‘신수본초’ 에서는 위장병, ‘본초습유’ 에서는 해독, ‘일화본초’ 에선 욕창치료, 본초강목에서는 폐병을 다스린다고 하였다.

그리고 조의 색상에는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가 많이 들어있다.

차조는 찰기가 있어 단독으로도 밥을 지을 수 있고, 그냥 깨끗이 씻어 바로 백미와 혼합해서 밥을 지어도 된다. 하지만 메조는 까끌까끌하여 목 넘김이 좋지 못하다

따로 물에 불리지 않아도 되기에 편리하다. 밥, 떡, 엿, 소주의 원료로도 사용하나, 베개 속으로도 많이 사용했다.

▲ 조 <사진=대한민국 식재총람>

3) 기장

기장도 신석기 시대부터 유럽에서 아시아를 포함한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서 재배된 곡물이다. 유럽에서는 8,000년 전 유적에서 출토되었고, 중국에서는 7,000년 전 재배가 성행하였다. 기원에 대해서도 인도 서북부설과 중국설이 있다. 우리나라는 원삼국시대인 부여에서 기장이 식용으로 이용되었다는 기록은 있지만 정확한 재배 역사와 기원에 대해서는 분명치가 않다. 그러나 조선 시대 [세종실록지리지]에서도 기장을 오곡에 포함한 것으로 보아 이미 널리 이용된 중요한 작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기장은 빵을 만들 수 있으며 보리보다 맛있는 곡물이어서 근세까지 일상적으로 먹던 잡곡이었다.

찰기장은 주로 떡으로 메기장은 밥이나 죽으로 해 먹었는데, 쌀의 보급에 따라 메기장의 수요가 감소하여 현재 남아 있는 대부분은 찰기장이다. 현재는 내륙지역에 일부 재배되고 있으나 통계자료에서도조차 기장은 기타 잡곡으로 분류되어 생산 및 수급에 대한 정확한 자료가 없다.

▲ 기장의 영양 (100g 기준)

기장은 인류가 최초로 재배하기 시작한 식량 가운데 하나로 찹쌀, 팥, 수수, 조와 함께 오곡밥에 들어가는 귀중한 잡곡이다. 라이신, 트립토판 등의 필수 아미노산의 조정도 양호하며, 지방산도 리놀산 50.6%, 올레인산 25.7%, 리놀렌산 7.8%로 양질의 불포화지방산도 다량 함유되어 있다. 기장은 소화가 잘되고 풍미가 풍부하며 신선하면서도 짜릿한 맛을 준다. 기장의 황색은 카테킨류의 폴리페놀이기에 강한 항산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기장은 영양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약용으로서 가치가 있어, 중국의 [본초강목]에도 기장은 맛이 달며 온화하며 부독하다고 기재되어 있다. 기장은 혈액을 차게 하여 더위를 해소하고, 기가 허약하여 힘이 없고, 더위를 먹거나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을 완화해 준다. 기장은 기를 보충하면서도 비장을 건강하게 하며 폐의 기능을 돕고 해열 및 상처를 낫게 해주며, 기침, 설사, 위통, 화상 등의 치료 약으로도 이용된다. 최근에는 항암, 항염증에도 효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장처럼 단백질, 지방, 전분들의 함량이 높은 품종들은 환경의 영향을 쉽게 받는다. 특히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호흡작용이 강해져 양분손실이 가속화된다. 다시 말해 잘못 보관하면 빨리 산화된다는 것이다. 쌀보다도 보관상태가 중요하니 소량만 구매해서 바로 먹어야 한다.

기장으로 밥을 지을 때는 기장은 씻어서 불린 백미와 혼합해서 밥을 지으면 된다. 이때 기장의 비율은 3~40% 정도가 적당하다.

일본은 우리보다 기장밥이 다양하게 발달해서, 보리와 혼합하는 기장보리밥, 기장에 쌀, 팥, 콩을 넣은 기장밥, 우엉을 넣는 기장우엉밥, 기장에 쌀과 고구마를 넣은 기장고구마밥 등이 있다.

중국에서는 황주의 원료로 사용한다.

▲ 기장 <사진=학습그림백과>

★ 농촌진흥청에서 기능성 성분이 풍부한 잡곡 품종으로 수수 ‘남풍찰’, 조 ‘황미찰’, 기장 ‘금실찰’,  팥 ‘아라리’를 추천했다.

* 자료 출처

1) 현미밥이 보약이다 (2007년 / 최선혜지음)
2) 현미밥 채식 (황성수 / 페가수스)
3) 잡곡의 과학과 문화 (2008년/ 박철호 외)
4) 뜻도 모르고 자주 쓰는 우리말 사전
5)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사전
6) 국립식량과학원
7) 대한민국 식재총람
8) 농촌진흥청

소믈리에타임즈 박성환 밥소믈리에 honeyric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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