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올해 최고의 소믈리에를 선발하는 제14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가 막을 내렸다. 레스케이프 호텔의 조현철 소믈리에가 2년 연속 우승을 한 가운데 결선 무대에 선 새로운 얼굴의 소믈리에들은 관록의 소믈리에들을 제치고 내년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예열을 마쳤다. 이번 대회 은상을 받은 롯데호텔의 정효진 소믈리에를 만났다.

▲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효진 소믈리에 <사진=정효진 소믈리에>

Q. 안녕하세요, 소믈리에님.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롯데호텔 피에르가니에르(Pierre Gagnaire)에 근무하고 있는 정효진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피에르가니에르는 국내 첫 미슐랭 2스타, 서비스 포크스푼 4개를 받은 프렌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입니다. 1년간의 보수공사를 마치고 올해 9월 1일 재 오픈하여 다시 근무 중입니다.

Q. 은상 수상 축하드립니다. 대회가 끝난 지 한 달 정도 됐습니다. 지금 느끼는 결선 소감은 어떠한가요?

아직까지도 많은 분들이 축하해 주셔서 하루하루 더 많은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행히 운이 잘 따라주었고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지원도 많이 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도와주신 많은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항상 옆에서 든든히 지원해주는 남편에게 제일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실 경력과 경험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작년부터 대회들에 참가하기 시작했는데, 많은 부분들이 부족해 입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대회를 준비하면서 저만의 노트를 만들고 정리해왔던 시간을 보낸 사이 엄청나게 성장한 것 같습니다. 

▲ 2018 제14회 한국 국가대표 소믈리에 경기대회 은상을 수상한 정효진 소믈리에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앞으로도 이런 기회들을 발판삼아 더욱 발전해 나가는 소믈리에가 되고 싶습니다. 이제는 주위 사람들에게도 소믈리에라고 소개할 수 있을 정도는 된 것 같아 기쁩니다.

Q. 대회 도전 2년 만에 결선 진출이시군요. 대단하십니다. 혹시 대회를 준비하는 다른 소믈리에들을 위해 대회 준비에 대해 더 세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대회는 작년부터 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출전이다 보니 너무 긴장을 많이 하였고 미비했던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결선 준비를 열심히 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준결승 준비를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결선에 진출하지 못했고, 그동안 준비했던 것들을 해보지도 못하고 내려와야 한다는 것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작년 대회가 끝나고 부족했던 이론적인 부분들은 개인적으로 노트나 스크랩을 통해 정립해 나갔고, 어학적인 부분이나 서비스적인 부분은 함께 준비하는 소믈리에들과 서로 롤플레잉연습을 도와주며 준비했습니다. 사실 혼자서는 이루어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셨고 특히나 같이 준비했던 소믈리에 선배님들의 도움이 컸습니다.

올해는 다행히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서 당시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던 부분이 심사위원분들에게 좋은 인상을 드린 것 같습니다.

▲ "결선에 오른 것만으로 너무 기뻐 즐거운 마음으로 결선에 임했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Q. 결선 종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종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종목마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칵테일 서비스 부분이 제일 아쉽습니다. 종목 중 와인 서비스 및 칵테일 서비스를 하는 종목이 있었는데, 고객의 요청에 따라 각각에 맞는 와인을 서비스하고, 한 고객이 추가로 요청한 칵테일 주문에 대처하여 칵테일을 제조하여 서비스하는 종목이었습니다. 당시 스크류 드라이버를 주문하셨는데, 사실 다른 와인들을 서비스하고 나서 시간이 충분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탓에 가장 기본적인 클래식 칵테일 레시피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아직까지도 제 마음속에는 애증의 스크류 드라이버로 남아있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스크류 드라이버는 머릿속에서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와인은 마치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사진=정효진 소믈리에>

Q. 와인에 빠지게 된 계기나 소믈리에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처음 호텔에 입사했을 때까지만 해도 와인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프렌치 레스토랑에 근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와인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고, 각각의 와인마다 다른 캐릭터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와인을 공부하다 보면 직접 가보지는 못해도 그곳의 토양, 기후, 문화적인 부분까지 공부하게 되는데, 마치 세계를 여행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와인의 매력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소믈리에는 계속해서 공부하며 자신을 발전시켜 가꾸어 가는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와인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그리고 이유는 무엇인가요?

와인이라면 사실 종류에 상관하지 않고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농축미가 있는 알레그리니 아마로네 델라 발포리첼라(Allegrini, Amarone della Valpolicella)를 좋아합니다. 이탈리아 북동쪽에 있는 베네토 지방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아파시멘토라는 제조방법을 사용합니다. 최상급의 포도를 골라 실내에서 3~4개월을 자연건조시켜 당도를 농축시키는 독특한 제조방법으로, 알콜 도수가 높고 과실향이 풍부하여 단맛이 느껴지는 것 같지만 끝 맛이 씁쓸한 드라이 와인입니다. 농축된 포도로 만들다 보니 잘 익은 딸기나, 체리, 코코아 향이 강하게 느껴지고 타닌도 강한 편입니다. 개인적으로 육류를 좋아하다 보니 고기와 어울리는 레드와인을 즐기는 편입니다. 기름기가 있는 등심 스테이크랑 함께 즐기면 아주 좋습니다.

▲ 결선에서 와인 디스크립션 중인 정효진 소믈리에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최근에는 날씨가 좋아서 시원한 스페인 까바(Cava)나 샴페인(Champagne)을 들고 한강으로 피크닉을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합니다. 현실은 회사에 있지만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일단은 현실로 돌아와서 새로 재 오픈한 레스토랑에 근무하며 업무들을 처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올해 남은 기간은 가장 바쁜 시기인 12월을 준비해야 하고요. 올해가 지나면 다음 대회들을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언젠가는 세계대회에 참가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소믈리에타임즈 DB>

대회를 준비하다 보면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고 미비한 부분들을 정리해 가면서 그사이에 엄청나게 성장하는 기회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런 대회들을 통해 더 나은 소믈리에가 될 수 있도록 더 많은 대회에 참가해보려 합니다. 언젠가는 국내 대회를 넘어 세계대회에 참가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소믈리에타임즈 김하늘 기자 skyline@sommelier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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